후류는 비행기가 지나가고 난 자리의 공기가 맹렬하게 소용돌이치면서 만들어지는 난류를 말한다. 비행기 날개 끝에서 주로 발생하기에 ‘Wingtip Vortex’라고 부르기도 하고 가만 있는 공기를 휘저어 난류를 ‘깨운다’고 해서 ‘Wake Vortex’라고 하기도 한다.
후류의 힘은 강력하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앞서간 보잉 757 여객기가 만든 후류에 뒤따라가는 보잉 737 여객기가 휘말렸다가 갑작스럽게 크게 기울고 고도가 100m씩 떨어진 사례도 있다. 저비용항공사에서 주로 쓰는 737 기종은 ‘트럼프 전용기’로 잘 알려진 757 기종보다 조금 더 작긴 하지만 어지간한 난기류 속에서도 순식간에 100m나 고도가 떨어지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항공 관제사들은 비행기 여러 대가 같은 경로를 따라 날아갈 경우 이 같은 후류에 휘말리지 않도록 간격을 충분히 떨어뜨린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최대이륙중량(설계상 비행기가 이륙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중량)을 기준으로 136t 이상이면 ‘‘대형’, 7t 이상이면 ‘중형’, 그 이하면 ‘소형’으로 분류한다. 대형기가 지나간 자리에 또 대형기가 지나갈 때는 약 7.4km(4해리), 소형기가 지나가려면 약 15km(8해리)까지 간격을 떨어뜨린다.문제는 최근 공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더 바빠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을 총 7067만 명이 이용했다. 항공 편수는 총 40만8700편을 넘어섰다.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그런데 이 항공기들은 대부분 ICAO 기준 대형기에 속한다. 기준을 지키다 보면 항공기 지연이 연이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ICAO는 “표준 규정을 참조하되, 각 국가의 항공 환경에 맞도록 비행기 분류표를 ‘재분류’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항공기 이착륙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자신들만의 분류표를 정해 놓고 항공기 간격을 분리한다.
한국은 철저히 기종별로 등급을 재분류했다. 대형기와 중형기를 각각 3개 등급으로 세분화해 최대한 이착륙에 소요되는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역시 기종을 중심으로 분류했지만, 등급을 9개로 한국보다 훨씬 세분화했다. 유럽은 한국처럼 7개 등급으로 세분화했지만, ICAO 기준인 최대이륙중량 기준을 그대로 활용했다. 이렇게 등급을 세분화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한국항공운항학회 분석 결과 ICAO 기준인 ‘3등급 체계’와 비교할 때 비행기 1편당 약 900m(0.5해리)씩 간격을 좁힐 수 있다. 이를 통해 항공기 1편당 약 50만 원씩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학회 주장이다. 지난해 인천공항 운항 편수인 40만8726편에 이 비용을 대입하면 연간 아낄 수 있는 총비용은 2000억 원 수준이다.이원주 디지털뉴스팀장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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