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의족을 드러낸 반바지를 입고 패션쇼 무대에 오른 한민수. 한민수 제공 이헌재 스포츠부장 2018년 3월 평창 패럴림픽 개회식. 성화 최종 봉송 주자로 나선 당시 한국 파라 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장 한민수(56)는 인간 승리 드라마를 연출했다. 왼발에 의족을 낀 그는 성화를 등에 진 채 두 팔로 줄을 당기며 가파른 슬로프를 올랐다. 마침내 성화 점화대 앞에 선 그는 그 팔을 번쩍 들고 활짝 웃은 뒤 최종 점화자들에게 성화를 넘겼다. 드라마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한국 파라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기적 같은 동메달을 따냈다. 선수들은 링크 한가운데에 모여 “대∼한민국”을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그 대회를 끝으로 한민수는 18년간 입었던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었다. 당시 그의 나이 48세였다. 본격적인 ‘도전자 인생’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박윤희 디자이너가 패션쇼에 설 것을 권했다. 한 달을 꼬박 준비해 2019년 서울패션위크 런웨이를 걸었다. 박 디자이너는 그에게 의족이 드러나게 반바지를 입혔다. 한민수는 “장애는 드러냈을 때 오히려 당당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라며 “이후 여름이면 곧잘 반바지를 입는다”고 했다. 같은 해 보디빌딩 대회에도 출전했다. 은퇴 후 쪘던 살을 12kg이나 감량했다. 시범경기였지만 그가 무대에 서자 심판들이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이후 장애인 보디빌딩은 정식종목이 됐다. 그는 “이전까지 도전은 모두 내 한계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로 인해 뭔가 바뀌는 것을 본 이후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 역시 장애를 받아들이는 게 쉽진 않았다. 두 살 때 침을 잘못 맞은 뒤 관절염을 앓았던 그는 학창 시절 목발을 짚고 다니던 자신의 모습을 미워한 적도 있다. 30세 때 무릎에 골수염이 생겨 왼쪽 다리를 절단한 뒤에는 육체적인 고통과 함께 큰 상실감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그런 그를 안아준 아내가 있었고, 사랑스러운 두 딸이 있었다. 은퇴 후 그는 자비를 들여 미국으로 건너가 USA아이스하키 자격증을 땄다. 2022년 베이징 패럴림픽 때는 대표팀 감독을 지내며 대회 4위를 했다. 이후 그는 어린 선수들을 발굴하면서 동기부여 강연가로 활동하고 있다. 평창기념재단의 반다비 체험 사업을 통해 전국 초중고 학생 3만5000여 명에게 파라 썰매 체험 및 장애인식 개선 강연을 해왔다...
[이헌재의 인생홈런]‘의족’ 국가대표 한민수 “도전은 포기 안 하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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