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기 추모 음악회 개최
일제시절 오사카로 이주해
재일동포 신용조합 설립후
한국에 신한은행 문 열어
'한일 금융 가교'로 헌신해
한일교류재단을 만들어
학술·문화·청년 소통 앞장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홀. 한일 오페라계가 주목하는 성악가 김세린 메조소프라노와 이케우치 히비키 바리톤이 함께하는 이중창이 울려 퍼졌다. 양국 성악가가 조화를 이뤄 로시니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그건 저예요(Dunque io son)'를 부른 건 고(故) 이희건 전 신한금융 명예회장(사진)의 한일 교류 의지를 기리기 위해서다. 이번 공연은 신한은행 창업자인 이 전 명예회장의 15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열렸다.
1917년 경북 경산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이 전 명예회장은 열다섯 살에 생계를 위해 현해탄을 건너 일본 오사카로 향했다. 그는 오사카 쓰루하시 시장에서 자전거 타이어를 팔며 생계를 이어갔다. 사업은 점차 커졌지만 자금을 구하는 데 애로 사항이 있었다. 당시 일본에서 생활하는 재일동포들은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게 어려웠다.
신용을 인정받는 게 가장 힘들었다. 이 전 명예회장이 1955년 한국계 신용조합 '오사카흥은'을 설립한 배경이다. 재일동포의 경제적 자립을 돕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는 재일한국인 신용조합 협회를 이끌며 동포 금융기관의 성장·발전을 위해 힘썼다. 재일동포 기업인의 투자를 돕는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그의 시선은 늘 고국 대한민국을 향해 있었다.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가 열렸을 때 한국의 경제적 상황은 무척 어려웠다. 엑스포에 참가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였다. 이에 이 전 명예회장은 재일동포들과 함께 한국관 건립을 위한 모금을 주도했다. 한국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일념 아래에서 재일동포들이 힘을 모은 덕에 끝내 한국관이 건립될 수 있었다.
고국을 향한 마음이 컸던 이 전 명예회장은 결국 1982년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순수 민간 자본을 바탕으로 신한은행을 설립했다. 1980년대는 관치금융이 강했던 시기다. 대부분 금융기관이 정부 주도 아래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은행이 탄생하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혁신이었다. 이 전 명예회장은 당시 "대한민국 금융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은행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다른 경영 철학으로 신용을 강조했다. 이 전 명예회장은 생전에 "재물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고, 신용을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이 같은 철학은 오늘날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추진하는 '고객 중심 경영'과 맞닿아 있다. 이 전 명예회장이 신한금융의 정신적 출발점으로 꼽히는 이유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그는 재일동포 사회의 후원 모금을 이끌었다. 당시 모인 100억엔에 달하는 기부액은 올림픽공원을 조성하는 데 쓰였다. 문화 교류 영역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일 양국이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훗날 이 전 명예회장은 아예 한일교류재단을 설립했다. 한일교류재단은 지금도 양국 간 학술·문화·청년 교류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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