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한 사진비엔날레가 18일 막을 올린다. 2006년 시작해 20년을 이어온 대구사진비엔날레다. 대구시가 주최하고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주관하는 이 축제는 2년에 한 번 열려 올해로 열 번째를 맞았다. ‘생명의 울림’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는 대구문화예술회관 전관에서 펼쳐지는 여덟 개의 주제전을 비롯해 두 개의 특별전과 포토북 전시, 국제 사진 심포지엄, 북토크 등 다양한 부대행사로 구성됐다.
◇ 24개국 작가 110여 명 참여
기념비적인 열 번째 행사인 만큼 규모가 남다르다. 24개국에서 11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사진, 영상, 설치 작업 등 700여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별로 큐레이터나 감독이 달랐던 지난 행사와 달리 올해는 처음으로 예술총감독 제도를 도입했다. 그 덕분에 하나의 포괄적인 주제를 바탕으로 촘촘하게 전시가 구성됐다.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임명했다는 점 또한 특징이다. 이번 비엔날레의 예술총감독은 프랑스 태생 에마뉘엘 드레코테다. 그는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와 파리사진미술관 큐레이터를 지냈다. 매년 11월 파리에서 대규모로 열리는 사진축제 ‘포토 데이즈’의 설립자이자 예술감독인 세계적 사진 전문가다. 드레코테 감독은 ‘생명’이라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에 대해 “우주의 작은 조각에 불과한 인간이 너무 오랫동안 인간 중심 사고를 펼쳐왔다”며 “이번 비엔날레가 모든 생명과 인간이 맺는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주제전은 철학자 글렌 올브렉트가 제안한 ‘공생세(Symbiocene)’의 개념을 중심에 둔다. 공생세는 인류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 심지어는 우주에 가득한 영적인 에너지까지 모든 생명체가 상호 연결돼 협력하며 살아가는 시대를 말한다.
◇ “생명체의 리듬 느껴보길”
첫 번째 홀에서는 병든 토지의 회복을 돕는 식물과의 대화를 담은 프랑스 출신 아나이스 톤되르를 비롯해 폴란드 출신 아그니에슈카 폴스카, 2007년 최연소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정연두 작가 등이 작품을 통해 우주의 힘과 빛, 시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외에 나무와 돌, 이끼에 목소리를 부여해 대지를 탐구하거나 인간 몸과 식물을 융합해 각 생명체 간 연결고리와 자연 및 인간과의 심오한 복잡성을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홀마다 이어진다.
드레코테 감독은 다섯 번째 홀을 힘줘 설명했다. 호주 출신 멜 오캘러헌 작가의 ‘더 센터 오브 더 센터(The Center of the Center)’와 ‘더 펄스 오브 플래닛(The Pulse of Planet)’ 두 영상 작품이 설치된 이곳은 전시 동선의 중심이기도 하다. 태평양 아주 깊은 곳에서 촬영한 물과 빛, 바위가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영상 작품과 대지와 물의 움직임을 담은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드레코테 감독은 “이곳에서는 단순히 사진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비엔날레의 주제이기도 한 생명체의 리듬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두 개의 특별전도 이어진다. 일상의 소중함을 담는 일본 사진작가 가와우치 린코의 개인전과 여성 생식기를 주제로 한 특별전 ‘세상의 기원’이다. 1866년 프랑스 리얼리즘 화가인 귀스타브 쿠르베의 작품 ‘세상의 기원’을 모티프로 한 특별전은 생명의 근원과 여성성이라는 주제를 사진의 시선으로 구성했다. 귀스타브의 회화는 다리를 벌린 채 누워 있는 여성의 생식기를 그대로 묘사해 당시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사진비엔날레는 11월 16일까지 이어진다.
강은영 기자 qboom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