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영조가 먹은 구기자… 눈 밝히는 ‘신선의 알약’[이상곤의 실록한의학]〈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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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열매가 보석처럼 붉게 익었네. 신선의 알약이 따로 없으니 한 움큼으로 백세의 수명을 누리리라.” 의술에 밝았던 실학자 정약용은 구기자를 이렇게 표현했다. 구기자의 ‘구(枸)’는 구불구불하다는 뜻으로, 한의학적으로는 ‘굽을 곡(曲)’을 상징한다. 구기자나무를 ‘선인장(仙人杖)’이라고도 부르는데, 신선의 지팡이처럼 구불구불 자라기 때문이다. 구기자의 새싹은 땅속에서 구불구불 뻗다가 땅 위로 나오면 곧게 솟아오른다. 봄은 새싹과 나무가 힘차게 자라는 계절이다. 영어로 봄을 뜻하는 ‘스프링(spring)’에도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힘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구불구불 자라는 구기자는 그 성질이 봄을 닮았다. 한의학에서 ‘곡(曲)’은 우리 몸의 간 기운을 상징한다. 잎이 세 번 다시 자라나는 특성도 봄의 기운을 품은 구기자의 넘쳐나는 생기 덕분이다. 오행에서도 봄은 간에 속한다. 실제 한의학에서 구기자는 간을 돕는 약재로 쓰인다. 간은 눈을 주관한다. 눈이 나빠지면 소의 생간 같은 동물의 간을 먹었던 옛 풍속도 이런 믿음에서 비롯됐다. 옛사람들은 구기자가 “눈에 정기를 불어넣고 시력을 밝힌다”고 기록했다. 구기자는 잎과 꽃, 열매, 뿌리를 모두 약용으로 쓴다. 봄에 채취한 구기자의 잎을 ‘천정초(天精草)’, 여름에 채취한 꽃을 ‘장생초(長生草)’라고 한다. 가을에 채취한 열매가 구기자이고, 겨울에 캔 뿌리껍질은 ‘지골피(地骨皮)’다. 이들을 모두 넣어 만든 약을 ‘지선단(地仙丹)’이라고 하는데, 땅에서 나는 신선의 알약이라는 뜻이다. 구기자는 조선 임금들이 원기를 보충하고 활력을 되찾기 위해 복용한 처방에도 두루 쓰였다.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치욕을 겪은 뒤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호소하던 인조는 재위 16년, 42세에 구기자를 넣은 가감팔미원을 먹고 원기를 회복했다. 어지럼증에 시달리던 영조도 자음건비탕에 구기자와 녹용을 더한 처방을 먹고 활력을 찾았다. 한의학은 시력이 나빠지는 현상을 수정체의 수분과 단백질이 줄어 탄력이 떨어지고, 수정체를 양쪽에서 잡아주는 홍채의 근육이 차츰 굳으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구기자는 열매 본래의 촉촉하고 서늘한 성질로 수정체의 기운과 수분을 보충한다. 붉은 껍질은 붉은 기운으로 눈의 에너지를 채우고, 쫀득한 속살은 탄력을 보강한다. 간의 기운이 쇠약해져 눈이 침침하거나 건조하고 아플 때 구기자와 국화를 넣은 기국지황환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열매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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