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인간이 우리 애 괴롭혔다니까요”...부모까지 나서서 괴롭힘 신고, 악용되는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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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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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견기업에서 사내연애 후 괴롭힘 신고 사건이 발생하면서, 개인의 갈등이 회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A대리와 B사원의 사건처럼 개인적 문제로 인해 회사가 운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오피스 빌런'이 각종 괴롭힘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국가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법적 규제가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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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괴롭힘 악용하는 ‘오피스 빌런’

주변 동료∙회사 손해끼쳐 기업 ‘속앓이’
美서 빌런 초래 비용, 약 415조원 추산
빌런으로 직원 퇴사 확률 54% 증가해

‘맑은 눈의 광인’으로 SNL에서 한 때 ‘오피스빌런’ 역할을 하던 김아영 배우. 에어팟을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올라간다는 장면.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사진 = 쿠팡플레이]

‘맑은 눈의 광인’으로 SNL에서 한 때 ‘오피스빌런’ 역할을 하던 김아영 배우. 에어팟을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올라간다는 장면.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사진 = 쿠팡플레이]

# 국내 한 중견기업에서 벌어진 일이다. A대리와 B사원이 사내연애를 하다가 헤어졌는데, 돌연 B사원이 A대리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를 했다. A대리가 B사원에게 폭언을 했다는 게 이유였는데, A대리가 폭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업무와 관련 없이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진 사적인 일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 회사가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법 규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조건 A대리를 다른 부서로 발령 내 분리 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A대리가 특수직군이어서 다른 부서로 보내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회사를 나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재 A대리는 회사와 소송 중이다.

# C씨는 국내 한 공공기관의 자타공인 에이스 직원이다. C씨 밑에는 부하직원 D씨가 있다. D씨는 평소에도 업무상 실수가 많은 편이었는데, 한 번은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질러 이를 수습하느라 C씨가 며칠간 야근을 도맡아 했다. 그런데 D씨가 한창 일하고 있는 C씨에게 자신은 힘들어서 일찍 퇴근하겠다고 하자 C씨가 순간 화가 치밀어 폭언을 퍼부었다. 그러자 D씨는 곧장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를 했다.

회사 내에서 C씨를 두둔하는 탄원서가 이어졌지만, D씨의 부모가 언론에 제보하는 등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는 민원을 넣자 공공기관 특성상 어쩔 수 없이 C씨를 징계했다. 상심한 C씨는 그때부터 태업에 들어갔고, 결국 회사만 손해를 보는 셈이 됐다.

이처럼 ‘오피스 빌런’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을 악용해 주변 동료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일이 늘고 있다. 기업들은 인력 관리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노동 일선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많이 처리한 김동욱 세종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은 인간관계 갈등 중 일부를 법적으로 규율한 것”이라며 “갈등의 범위가 애매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과 인간관계의 갈등을 구별하기 위해 지속성·반복성 요건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은 한국보다 앞서 오피스 빌런이 사회적 문제가 됐다. 미국에서는 ‘유해한 직원(Toxic Employee)’이라고 지칭한다. 주로 성희롱, 인종차별 등을 이유로 ‘괴롭힘(Harassment)’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소방서 소속 미첼 워터스 경위가 업무태만으로 징계를 받자 이에 불만을 품고 인사담당자를 인종차별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주 법원은 소방서 손을 들어줬다. 결과는 긍정적이었지만 시와 소방서는 법적 분쟁을 치르느라 상당한 행정력을 낭비해야 했다.

최근에는 오피스 빌런이 초래하는 비용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인성 분석 인력 개발 컨설팅 펌인 호건어세스먼츠는 2025년 기준 미국 전역의 기업을 감안할 때 오피스 빌런이 초래하는 비용을 2920억달러(약 415조원)로 추산했다. 글로벌 인재 경험 솔루션 업체 코너스톤온디맨드는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오피스 빌런으로 동료 직원이 퇴사할 확률이 54% 증가하며, 이로 인해 고용주는 최대 3배의 채용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일본에서는 ‘파워(힘이나 지위)’와 ‘해러스먼트(괴롭힘)’를 결합한 조어 ‘파와하라’가 직장 내 괴롭힘을 뜻한다. 2020년 파와하라 방지법이 시행된 이후 기업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냄새를 뜻하는 ‘스멜’과 괴롭힘을 결합한 ‘스메하라’ 논쟁이 벌어졌다. 구취 또는 담배냄새가 파와하라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법적 분쟁이 진행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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