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AI가 시험도 잘 보는 시대, 우리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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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혁 고려대 연구부총장·컴퓨터학과 교수유혁 고려대 연구부총장·컴퓨터학과 교수

최근 필자가 중간고사 시험 문제를 챗GPT에게 풀어보게 했다. 채점 결과는 100점 만점에 69점으로, 학생 평균 점수인 51점보다 높았다. 물론, 인간 최고점인 82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인공지능(AI)이 대학 수준의 시험을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풀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결과였다. 이는 단지 흥미로운 실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AI가 점점 더 인간의 지적 능력에 근접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앞으로 5년 이내에 회사 내에서 작성되는 코드의 95%를 AI가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결코 MS 만의 미래 청사진이 아니다. 구글, 메타,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실무에 접목시키며, 인간의 역할을 보완하거나 대체하고 있다. 이제 AI는 단순히 기술의 진보를 넘어, 사회 구조와 직업 세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미국에 있는 한 지인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제는 AI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과장이 아니다. 단순 반복 업무는 물론이고, 복잡한 보고서 작성, 기획안 구성, 마케팅 전략 수립까지도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AI를 통해 인력을 줄이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닌,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AI는 정말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을까? AI의 강점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하고 추론한다는 데 있지만, 바로 그 점이 동시에 한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인상주의 화풍만 학습한 AI는 추상화가 피카소의 독창적인 표현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재현하기 어렵다. 이는 AI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학습하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창작이나 맥락의 전환에는 약하다는 뜻이다. 특히 여러 학문이 교차하고 융합하는 영역은 여전히 충분한 학습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AI가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교양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풍부한 교양이 좋은 질문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교양 교육에서 다루는 내용은 이미 AI가 수십 배 더 많이, 더 깊이 학습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단순히 교양 지식만으로 AI와 경쟁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핵심은 '어떻게 질문하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도구가 있어도, 올바른 질문을 던지지 못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따라서 특정 전공 지식 없이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AI 시대에 우리가 집중해야 할 방향은 AI가 약한 영역, 즉 데이터가 부족한 분야인 '창의적 융합 영역'이다. 단일 전공만으로는 이러한 융합적 사고를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두 개 이상의 전공을 공부하거나 이질적인 영역 간의 연결 고리를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복수 전공은 시간과 에너지 면에서 부담이 크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AI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AI를 도구로 활용하면 학습 속도를 높이고, 필요한 정보에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과 기술, 인문학과 데이터 과학처럼 상이한 분야를 융합하는 능력은 앞으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역량이 될 것이다. 상이한 분야를 융합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대목이지만, AI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AI를 깊이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활용하며, 그 한계를 메우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야말로 앞으로의 변화하는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

유혁 고려대 연구부총장·컴퓨터학과 교수 hxy@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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