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습득은 도서관보다 AI'…116년史 세계전문도서관협회 해산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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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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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45개국의 전문도서관과 그곳에 소속된 사서들을 지원해온 116년 역사의 세계전문도서관협회(SLA)가 해산 수순을 밟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전자도서관이 전문지식 검색과 열람을 대체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7일 도서관계에 따르면 1909년 출범한 SLA는 최근 정보과학기술협회(ASIS&T)와 조직을 합병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이를 위해 회원사 투표를 진행했다.

SLA는 45개국 전문도서관의 협의체이다. 전문도서관은 농업도서관, 과학도서관처럼 특정 분야의 서적을 전문적으로 수집·제공하는 도서관을 뜻한다. 매년 컨퍼런스 및 엑스포를 개최해 재교육과 교류의 장을 제공해왔다. SLA를 흡수하게 된 ASIS&T는 1937년 설립된 단체로, 정보과학 연구자와 실무자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지원 단체다.

SLA가 해산하는 건 AI시대 이용객들이 도서관에 기대하는 역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SLA는 올해 3월 해산을 선포하며 업계의 변화와 전문적 요구 변화를 이유로 들었다. 도서관계에는 이 말을 'AI 영향'으로 해석한다. 사람들이 AI나 온라인 논문 사이트, 전자도서관을 통해 전문지식을 검색하고 열람하면서 전문도서관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어서다. 한 도서관 사서는 "도서관에 대한 박사 논문을 쓸 때 도서관을 한 번도 찾아가지 않고도 원하는 자료에 접근할 수 있어 놀랐다"며 "집에서 검색 몇 번이면 해외 논문도 원문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시대"라고 했다.

국내 도서관계에서도 AI시대 도서관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오는 18~19일 전국 사서 120여 명과 함께 미래 도서관의 비전과 사서 역할을 논하는 워크숍을 개최하는데, 이 행사를 여는 특강의 주제를 AI로 정했다.

AI 시대 도서관의 생존 전략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공간'과 '사람'에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도서관들이 작가 강연, 독서모임, 지역 서점과의 상생 등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배경이다. 오지은 서울도서관장은 "물리적 공간을 가진 도서관들은 지역 사회와 연결되면서 존재 의미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며 "어르신 등 취약계층을 위한 쉼터, 디지털 전환을 위한 재교육 시설로 기능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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