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3가[횡설수설/장원재]

1 week ago 25

서울 지하철 1, 3, 5호선이 모두 지나는 종로3가는 한국의 역사가 압축된 공간이다. 500년 조선을 품은 종묘와 창경궁, 창덕궁, 운현궁이 모여 있다. 그 주변에선 조선 상업의 중심인 육의전(六矣廛)이 번창했는데 바로 귀금속 거리∼세운상가∼광장시장으로 이어지는 자리다. 탑골공원 북쪽 익선동은 조선인을 대상으로 최초로 분양이 이뤄졌던 한옥 단지였다. 지금 익선동은 외국인 반, 내국인 반이 부딪히며 걷는 ‘힙’한 거리가 됐다. 단성사와 피카디리, 서울극장이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고 도심 개발의 상징인 낙원상가, 세운상가도 남아 있다. ▷영국 여행 매체 ‘타임아웃’이 종로3가를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1위로 선정했다. 각국 도시에 상주하는 ‘타임아웃’ 현지 통신원이 추천한 동네 중 음식, 문화, 지역 가게 등을 기준으로 최종 40곳을 골랐다. 실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어디인가를 본다고 한다. 미로 같은 익선동의 골목 카페, 종묘 옆 서순라길의 와인바와 공방, 낙원동의 밤을 밝히는 야외 포장마차…. 종로3가를 “활기가 넘쳐 흐르는 야외 공간”이라고 했다. ▷서울의 구도심인 종로는 2000년대 들어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탑골공원에는 갈 곳 없는 노인들이 모여 싼 국밥집에 줄을 서고 바둑과 장기를 소일거리로 삼았다. 낙원상가는 예술의전당 중심으로 형성된 서초동 악기 거리에, 세운상가는 용산전자상가에 명성을 내줬다. 우리는 낡고 지친 자화상을 보는 듯해서 썩 발길이 내키지 않는 곳이었지만 외국인 눈에는 달랐던 모양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종로 1·2·3·4가동의 외국인 방문자는 383만 명으로 서울 명동, 인천공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무질서하고 허름해 보이는 구도심 뒷골목이 날것의 한국을 보고 싶어 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외신들이 주목하는 종로3가의 매력은 한국적 전통에 더한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이었다. 역사가 켜켜이 쌓인 골목마다 청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세대, 성소수자부터 음악가까지 다양한 공동체가 공존하는 독특한 장소라고 해석했다. 이들이 마찰 없이 어울리며 생동감을 뿜어낸다는 것이다. ▷‘타임아웃’은 2018년 첫 평가에서 을지로를 가장 멋진 동네 2위로 선정한 바 있다. 이후 성동구 성수동(2024년·4위), 영등포구 문래동(2025년·6위) 등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모두 근현대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에 새로운 감성이 덧붙여진 곳들이다. 우리가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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