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위기 이시바, “쌀 사본적 없다” 민심 불지른 농림상 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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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쌀값 1년새 2배로 뛰어 불만
이시바 지지율 22% 취임후 최저
7월 참의원 선거 앞두고 반전 노려
후임 고이즈미 “쌀값 안정에 최선”

일본의 쌀값 급등 와중에 “집에 팔 정도로 많은 쌀이 있다”는 실언으로 21일 사퇴한 에토 다쿠 전 일본 농림수산상. 도쿄=AP 뉴시스

일본의 쌀값 급등 와중에 “집에 팔 정도로 많은 쌀이 있다”는 실언으로 21일 사퇴한 에토 다쿠 전 일본 농림수산상. 도쿄=AP 뉴시스
1년 사이 쌀 가격이 2배 이상 올라 국민 불만이 급증한 일본에서 “지지자가 쌀을 많이 줘 쌀을 사 본 적이 없다. 집에 팔 정도로 있다”고 말해 거센 역풍을 맞았던 에토 다쿠(江藤拓·65) 전 농림수산상이 문제의 발언 사흘 만인 21일 사임했다. 지난해 10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이 출범한 뒤 각료가 논란을 일으키고 물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이시바 총리는 그를 계속 기용할 뜻을 비쳤지만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경질했다.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이시바 총리가 다음 달 22일 도쿄도의원 선거,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각료 교체로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토 전 농림수산상의 후임으로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4) 전 환경상이 발탁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의 차남으로 집권 자민당의 차세대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농가 보호를 이유로 외국 쌀 수입 확대에 부정적이었던 에토 전 농림수산상과 달리 그가 외국 쌀을 적극 수입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 지지율 20%대 이시바, 각료 교체로 분위기 반전 노려

21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에토 전 농림수산상은 이날 오전 이시바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취재진 앞에서 “부적절한 말을 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에토 전 농림수산상은 18일 규슈섬 사가에서 열린 자민당 회의에서 비축미 관련 강연을 하던 중 문제의 발언을 했다. 19일 언론 보도로 이 발언이 알려지자 민심이 들끓었다. 야권은 즉각 사퇴를 요구했고 이시바 총리도 결국 받아들였다.

이는 최근 일본에서 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일본 슈퍼마켓의 쌀 5kg 평균 가격은 2108엔(약 2만236원)이었다. 불과 1년 만인 이달 5∼11일에는 4268엔(약 4만972원)으로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초선 의원들에게 상품권을 배포하고 후원금을 부실 기재했다는 의혹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미국과의 관세 협상,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 주식인 쌀값 급등으로 지지율이 연일 하락세다.

17, 18일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정권 지지율은 출범 후 최저치인 22%였다. 16∼18일 요미우리신문의 조사에서는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18%에 그쳤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의 과반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답도 50%로 “바람직하다”(38%)를 앞섰다.

이시바 총리의 집권 직후 치러진 지난해 11월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정부는 2009년 중의원 선거 이후 15년 만에 과반 의석 달성에 실패했다. 이번 사태의 여파로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도 부진하다면 이시바 총리의 국정운영 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 고이즈미, 외국 쌀 수입 확대 추진할까

고이즈미 신임 농림수산상은 21일 오후 취임식을 갖고 업무에 돌입했다. 그는 이날 오후 취재진에 “쌀값 상승 억제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쌀을 사 봤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종류의 쌀을 산다. 어린 자녀들에게 빨리 밥을 해줘야 할 때는 즉석밥도 산다”고 답했다.

일본에선 그가 향후 쌀 수입 확대 정책을 추진할지 관심이다. 쌀값이 고공행진하자 일본에서는 외국 쌀 수입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3월 전남 해남의 ‘땅끝햇살’ 또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에 수출돼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경남 하동의 ‘하동섬진강쌀’도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경쟁했다. 당시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 이시바 총리에 이은 3위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만 그는 환경상 시절인 2020년 2월 코로나19 범정부 대책 회의 대신 지역구 신년회에 참석해 비판을 받았다. 중의원 시절 일종의 ‘유령 회사’를 통해 선거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에도 휩싸였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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