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추모[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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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안녕!” ―김미조 ‘경주기행’ 김미조 감독의 영화 ‘경주기행’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이 병치되어 있다. 엄마(이정은)와 세 딸이 낡은 승합차를 타고 경주여행을 가고 있지만 트렁크에는 납치된 사내가 타고 있다. 티격태격하며 가는 모습은 영락없는 가족여행처럼 보이지만, 그건 알리바이를 위한 포장일 뿐이다. 사실은 납치한 사내를 살해하러 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 가족은 그 사내 백상현(변요한)에게 막내 경주(황현정)를 잃었다.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다가 납치 살해된 것이다. 체포된 백상현에게 너무 가벼운 처벌이 내려지자 아빠는 “내 딸을 두 번 죽이지 말라” 외치고는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그러니 막내의 생일에 맞춰 가족이 함께 가는 경주여행이라는 다소 밝은 분위기에, 가해자를 납치해 사적 복수를 하러 가는 비장함이 겹친다. 경주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모여 까르르 웃으며 사진을 찍을 것 같은 곳이지만, 하필 막내 이름이 경주인 이들 가족에게 그곳은 가는 곳마다 이제는 없는 막내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그래서 이들의 경주여행에는 기묘한 희비극이 겹친다. 복수 대신 “빨리 행복해지고 싶다”는 맏딸 장주(공효진)와 달리 엄마는 그럴 수가 없다. 제 살점이 떼어진 듯한 빈자리로 남은 막내를 어찌 쉽게 보낼 수 있단 말인가. 영화는 의외로 발랄하고 그러다 눈물 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태우는데, 그 밑바닥에 깔려 있는 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진정한 추모가 되지 않는 가해자 중심 사법 체계의 씁쓸함이다. 마치 꿈결처럼 그려진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수학여행을 가는 날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들며 “엄마. 안녕!”이라 외치는 막내의 모습이 아련하다. 그렇게 떠났지만, 결코 떠나보내지 못하는 이 땅의 많은 피해자 가족들을 향해 외치는 위로 같아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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