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향하는 길[이은화의 미술시간]〈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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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젖어드는 해변, 거친 바위 위에 세 사람이 앉아 있다. 나란히 앉은 두 여자와 그 뒤의 남자는 말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보랏빛 어스름이 내려앉은 바다 위로 둥근 달이 떠오르고, 구름 사이로 새어 나온 은빛이 수면에 번진다. 멀리 두 척의 범선이 해안을 향해 다가온다.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가 1822년에 그린 ‘바다 위로 떠오르는 달’(사진)이다. 이 그림은 처음부터 한 쌍으로 기획되고 제작됐다. 독일 베를린의 은행가이자 미술품 수집가 요아힘 하인리히 빌헬름 바게너가 프리드리히에게 아침과 저녁 풍경을 함께 주문한 것이다. 저녁을 담은 이 그림의 짝은 아침을 그린 ‘외로운 나무’다. 거대한 참나무 아래 목동과 양 떼가 등장하는 아침 풍경이 현실의 고된 삶을 담고 있다면, 달 뜨는 바다를 그린 저녁 풍경은 하루의 끝에 찾아온 안식과 그리움의 시간을 보여준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먼바다에 떠 있는 두 척의 배다. 프리드리히의 그림에서 배는 종종 인생의 여정을 상징한다. 이 그림의 배들은 항해 중이 아니라 해안으로 돌아오고 있다. 귀환하는 배와 떠오르는 달, 이를 바라보는 세 사람의 조합은 기다림과 그리움, 귀향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작고 외롭지만, 돌아갈 곳이 있기에 결코 혼자가 아니다. 사람은 멀리 떠날수록 돌아갈 곳을 마음에 품는다. 인생의 바다는 때로 거칠고, 항해는 생각보다 험하고 길다. 그럴수록 긴 여정 끝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화려한 목적지가 아니라 익숙한 얼굴과 온기가 남아 있는 고향일 것이다. 가족은 곁에 있을 때보다 멀리 있을 때 더 선명해지는 존재다.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긴 여행 끝에 우리를 다시 집으로 향하게 하는 가장 강한 힘일지도 모른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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