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정착의 상징? 이주하는 사람 따라 움직이는 개인-공동체의 기억[양정무의 미술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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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의 ‘둥지/들’(2024년). 여러 도시에서 거주했던 집의 복도와 문, 방을 하나의 연속된 건축으로 재구성했다. 사진 출처 서도호 스튜디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천으로 되살린 집의 기억 서도호는 1994년 미국 유학 시절 거주하던 방을 실측해서 천으로 옮긴 이후 30년 넘게 미술관 안에 집을 지어왔다. 본격적인 집짓기는 1999년 ‘서울 집/뉴욕 집’을 선보이며 시작됐다. 미국으로 이주한 뒤 서울 성북동의 한옥을 그리워했던 그는 그 집을 옥빛 비단으로 실물 크기 그대로 재현해냈다. 그렇게 그의 집은 하늘에 떠 있는 듯하고, 숨 쉬는 듯 바람에 흔들리며 영롱하게 빛을 발한다. 이를 세라 켄트 미술평론가 겸 큐레이터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나는 2002년 영국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빛으로 가득한 돔 아래 매달려 있는 이 황홀한 작품을 처음 마주쳤다. 그 부풀어 오른 듯한 반투명함으로 인해 작품은 강렬한 기억만큼 도취적이고 꿈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서도호의 집이 막연한 환상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문손잡이와 초인종, 전등 스위치, 콘센트, 수도관, 난간과 경첩까지 사람의 손이 닿았던 모든 것이 정교하게 재현돼 있다. 그의 집짓기 작업에는 작가의 가족적 배경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 수묵 추상의 거장 서세옥으로, 전통 한옥을 되살리려 노력했다. 1970년대 6년간에 걸쳐 창덕궁 연경당의 사랑채를 모델로 집을 지을 때 어린 서도호는 매일 현장에서 놀이터처럼 놀았다고 한다. 어머니 정민자 여사 또한 한국 전통 직물·자수 문화의 전문가다. 덕분에 서도호의 천 작업에는 어머니가 연결해 준 전통 바느질 장인들이 참여했다. 이렇게 재현된 집에는 작가가 살아온 시간이 배어 있다. 서울의 집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뉴욕의 아파트에는 낯선 도시에서 보낸 청년기의 삶이, 런던의 집에는 또 다른 이주와 정착의 경험이 쌓여 있다. 이동하면 집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다. 이제 그에게 집은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추억과 관계를 보관하는 정서적 공간이 된다. 철거를 앞둔 연립주택에 콘크리트를 부어 박제한 레이철 화이트리드의 ‘집’(1993년). 사진 출처 영국 테이트모던 ●화이트리드와 서도호를 비교하면 그러나 서도호를 그저 ‘추억 속의 집을 아름다운 천으로 재현하는 작가’로만 이해해서는 충분치 않다. 그의 작업을 국제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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