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노인 부양 부담 줄여야 저출산 위기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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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 하나 신설한다고 해낼 수 있는 일이 절대로 아니다.”

[책마을] "노인 부양 부담 줄여야 저출산 위기 해결된다"

서울대 문명사학자 김태유 교수는 신간 <청년이 없는 나라>에서 국가 소멸 위기를 부르는 한국의 초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범국가적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한다.

저자는 초저출생 문제의 근본 원인이 높은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당 고령인구의 비)에 있다고 본다. 적은 수의 청년이 많은 노년층을 부양해야 하는 암울한 상황 속에선 출산 포기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출산율 제고’라는 허상을 버리고 ‘부양비 개선’이라는 실상으로 정책 목표를 바꿔보자”고 주장한다.

부양비를 개선하기 위해선 ‘이모작’ 사회 구조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모작 사회는 인생을 두 시기로 나눠 두 번 일하는 사회를 일컫는다. 구체적으로 첫 번째 시기는 25~54세까지로 과학기술, 제조업과 같은 고도의 기술 적응력이 요구되는 직업에 종사하고 이후 55~77세엔 행정, 서비스, 교육 등 경험과 판단이 중요한 직업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노년층도 생산가능인구에 편입되고 청년층의 부양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저자는 단순히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는 당위성에 기대지 않는다. 오히려 출산율 저하의 책임을 젊은 세대에 돌리는 기성층에 비판을 가한다. 그는 “출산을 포기하는 것을 책임감이 없다는 식으로 보기도 하는데,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인식”이라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에 대한 확신으로 자녀를 많이 낳은 것이 기성세대의 책임감이었다면, 내일에 대한 절망으로 출산을 포기한 것 역시 후손에 대한 청년 책임감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출생의 또 다른 원인인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선 수도권 집중도를 낮춰야 한다는 제언도 더한다. 이를 위해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일대를 ‘제2의 메가시티’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세종, 대전 등 중부 지역은 수도권과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수도권의 기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부울경 지역은 기후변화로 인해 점차 개방되는 북극항로의 요충지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유럽과 동북아시아 간 무역의 거점 항구를 유치하게 된다면 부울경과 한국은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경제적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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