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를 설립한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사진)의 신작 <빅 사이클>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전작 <원칙>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 이어 4년 만에 나온 책이다.
<빅 사이클>은 그를 ‘월스트리트의 구루’로 이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2012년 유럽 부채 위기 예측의 근거가 된 ‘대규모 부채 사이클’의 최종 단계에 대한 해설서다. 저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시기를 1~2개월 오차로 예측해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만든 올웨더 포트폴리오 전략이 금융계와 투자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21세기 금융업계를 선도하는 인물이 됐다.
저자는 전 세계를 향한 경고로 이 책을 시작한다.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는 역사상 13번째 대규모 부채 사이클의 끝자락에 서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25년 현 상황을 ‘빅 사이클의 다섯 번째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달리오는 부채 사이클이 누적된 거대한 사이클을 ‘빅 사이클’로 정의한다.
50여 년간 여러 국가에서 직접 경험한 수많은 부채 사이클과 역사 속 대규모 부채 사이클을 분석한 결과 그는 대규모 장기 부채 사이클은 항상 대규모 부채 위기와 붕괴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역사적으로 주요 국가 역시 대규모 부채로 인해 ‘국가 파산’의 위험에 직면했다는 설명이다.
이 단계에서 국가는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며, 분열되고, 다른 나라들의 위협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포퓰리즘적, 민족주의적, 보호무역주의적, 군국주의적, 권위주의적 접근 방식을 가진 지도자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분석처럼 일부 국가에서 이미 국가 부도 위기 징후가 보이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정치 질서 개편도 현실화하고 있다.
이 책에선 부채 문제가 국내 정치, 국가 간 지정학, 가뭄·홍수·팬데믹 등 자연재해, 인공지능(AI) 등 기술 같은 다른 힘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보여준다. 그러면서 ‘대규모 부채는 어떻게 공동의 안녕을 위협하는지’ ‘부채 증가의 한계는 어디인지’ ‘미국 같은 기축통화국도 파산할 수 있는지’ ‘파산한다면 그 과정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등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레이 달리오는 마지막에 한 가지 원칙을 던지며 책을 마치고 있다. “걱정하지 않는다면 걱정해야 하고, 걱정한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