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변화무쌍했던 후기 낭만에서 근대로 이어지는 걸작(마스터피스)를 연주할 생각에 벌써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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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한재민. (사진=빈체로) |
첼리스트 한재민(19)은 러시아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말로페예프(24)와의 듀오 리사이틀을 앞두고 최근 이데일리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공연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프랑스와 러시아 음악의 향기를 가득 담은 프로그램을 선곡했다”며 이같이 소개했다.
한재민과 말로페예프는 오는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함께 무대에 오른다. 드뷔시 첼로 소나타, 첼로로 편곡한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글라주노프 음유시인의 노래, 프로코피예프 첼로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말로페예프는 러시아의 떠오르는 신예 피아니스트다. 한재민은 2023년 여름 벨기에 베르비에에서 말로페예프와 처음 만났다. 한재민은 “몇 곡을 함께 리딩했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음악적으로 강한 끌림을 느꼈다”며 “좋은 친구로 지내오다 서로 일정이 맞아 뜻깊은 무대를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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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한재민. (사진=빈체로) |
한재민은 2021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음악계의 이목을 끌었다. 같은 해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데 이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차세대 첼리스트로 떠올랐다.
현재 한재민은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볼프강 엠마뉴엘 슈미트 교수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독일 생활에 대해 한재민은 “커피 마시고 연습하고 식사하고 연습하는 단순한 일상의 반복이지만 음악적인 성장에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얼마 전엔 친구들과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을 연주하며 실내악에도 많은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어린 시절부터 ‘영재’로 불리며 음악계 주목을 받았던 한재민은 어느 새 성인이 됐다. 그는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씩 변화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재민은 “어릴 때는 단순히 첼로를 잘하고 싶은 아이였다면, 지금은 클래식이라는 장르 자체를 잘 이해하고 음악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첼리스트보다 음악가, 더 나아가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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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한재민. (사진=빈체로) |
강원도 원주가 고향인 한재민은 음악가 집안에서 악기를 시작했다. 부모님은 모두 플루티스트이며, 동생인 한재윤(15)은 바이올린을 하고 있다. 한재윤은 지난 2월 영국 뉴캐슬에서 열린 테르티스 & 아르노비츠 국제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해 형 못지않은 영재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한재민은 “많은 연주자들이 부모님 권유로 악기를 시작하지만 저는 스스로 악기를 하고 싶어했기에 첼로에 대한 애정이 더욱 크다”며 “가족들과 일상에서 음악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동생이 조언을 구할 때는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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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민 & 알렉산더 말로페예프 듀오 리사이틀 포스터. (사진=빈체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