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볼커 前 연준 의장 이준일 경희대 회계학과 교수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가 10일 5.35%를 기록했다. 19년 만의 최고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금리가 1%로 낮으면 돈을 빌려 2% 수익만 내도 이자를 갚고 남는 장사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도 늘어나 실업자가 줄어든다. 경기가 활성화된다. 반면 금리가 20%면 어떨까? 어지간한 사업으로는 이만큼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투자가 감소하고 기업이 문을 닫고 실업자가 늘어난다. 경기가 침체된다. 집권 세력에는 낮은 금리가 좋다. 경제가 활성화돼 선거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는 없다. 돈을 빌리기 쉬워지면 자산가격 상승으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월급보다 빠르게 오르는 물가로 서민의 삶이 어려워진다. 거품이 부풀수록 꺼질 때 충격도 크다.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집값이 어느 순간 곤두박질치면 경기가 큰 침체에 빠질 수 있다. 금리는 이처럼 경제의 가속페달도, 브레이크도 된다. 경제 상황에 따른 적정한 기준금리 결정이 중요하고, 독립적인 의사 결정의 보장이 필요한 이유다. 연준의 독립성을 상징하는 인물이 1979∼1987년 의장을 지낸 폴 볼커(1927∼2019)다. 볼커 취임 당시 미국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13%씩 상승하고 있었다. 베트남전으로 정부가 과잉 지출하면서 시중에 돈이 풀리고, 두 차례 오일쇼크로 원유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물가가 따라 올라갔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연준이 금리를 찔끔 올렸다가 다시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경제 침체 중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화됐다. 고통스럽지만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이 볼커의 생각이었다. 금리를 조금 올렸다가 후퇴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겪은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이 잡힐 것으로 보지 않았다. 즉, 연준의 정책은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볼커는 물가를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강도 높은 고금리 정책을 펼쳤다. 취임 후 재할인율 금리를 10%에서 14%까지 높였고, 이에 따라 취임 당시 11.75%였던 시중금리는 1980년 말 21.5%를 기록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주식시장은 폭락하고 기업 도산도 급증했다. 나빠진 경제 상황으로 1980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한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은 도널드 레이건 공화당...
침체, 의회 압박 견뎠다… 고물가 앞 타협 않은 연준 의장[이준일의 세상을 바꾼 금융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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