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가 된 어느 퇴직자의 고민[정경아의 퇴직생활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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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정경아 작가·전 대기업 임원 이른 아침에 택시를 탔다. 뒷좌석에 앉고 보니 여성 기사였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기사님의 개인사를 듣게 됐다. 택시를 시작한 지 석 달째라는데 무척 능숙해 보여 참 신기했다. 더 놀라운 건 이전 직업이었다. 기사님은 얼마 전까지 금융권에서 일했다고 말했다. 퇴직을 앞두고 한참 고민하다 개인택시를 선택했다고 했다. 운전이야 평소에도 해왔으니 자신 있었고, 정년 걱정이 없다는 점, 회사를 떠난 뒤에도 계속해서 수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만만치 않다고 했다. 우선 오래 운전하는 일이 예상보다 힘들다고 했다. 출퇴근 시 자가용을 한두 시간 모는 것과 온종일 운전대를 잡고 있는 건 전혀 다른 일이라고 설명했다. 길을 확인하고, 손님을 태우고 내려주기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주변에 신경 쓰다 보면 집에 돌아갈 때쯤에는 온몸이 녹초가 된다며 씁쓸해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야간 운전이라고 했다. 밤에는 할증이 붙어 벌이가 늘어나지만, 아직은 용기가 안 난다며 어색하게 웃었다. 이유는 무서워서였다. 캄캄한 시각에 낯선 손님을 태우는 것 자체가 여전히 두렵고 떨린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더 벌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가 떨어지면 서둘러 귀가한다고 고백했다. “이럴 줄은 몰랐어요.” 기사님과 헤어진 뒤에도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운전과 수입, 택시 일을 결정할 때 계산했던 두 가지는 맞아떨어진 셈인데, 도대체 무엇을 몰랐다는 것일까. 순간 어쩌면 그녀에게 ‘할 수 있는 일’과 ‘계속하기 좋은 일’은 서로 다른 문제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기사님과 닮은 내 지난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퇴직 후 강사가 되고 싶어 성인 대상 학원을 차린 적이 있다. 나름의 준비를 마쳤기에 잘할 거라 확신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일단 내 체력으로는 하루 3시간 넘게 수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비좁은 주차장부터 자주 막히는 화장실까지 수시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했다. 강의보다 강의 외적인 일에 항상 진을 뺐고, 그렇게 귀가한 날이면 끙끙 앓아눕기 일쑤였다. 나 또한 가르치는 나만 상상했다. 칠판 앞에 서 있는 장면은 여러 번 그려봤지만, 교육장 밖에서 해야 할 잡다한 일들까지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강의하는 순간은 늘 보람 있었으나 그를 위해 감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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