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서울 강남3구·용산구 아파트에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가 확대 시행됐지만 여전히 이들 지역에서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강남구는 거래 신고의 절반 이상이 신고가를 경신했다. 100억원이 넘는 거래, 평당 2억원이 넘는 아파트 매매도 나왔다.
지난 달 20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 신고가 찍는 강남구, 집값 상승세 지속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는 토허제가 시행됐던 3월 24일부터 이날까지 총 57건(계약 해지 제외)이 거래됐는데 이중 30건에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2차 전용면적 198㎡ 규모는 지난 달 23일 105억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찍었다. 토허제 시행 전인 3월 15일 90억원, 3월 5일 94억원에서 11억~15억원 가량 상승 거래된 것이다.
평(3.3㎡)당 2억원이 넘는 아파트 거래도 2건이나 나왔다. 압구정동 한양1차(영동한양) 78㎡규모 아파트는 지난 달 12일 60억원을 찍었다. 평당 2억 5000만원이 넘는 수준이다. 이 아파트는 올해 연초까지만 해도 41억~42억원에 거래되다가 토허제 시행 이후인 3월 29일에도 47억 5000만원을 기록했으나 2주일 만에 무려 12억 5000만원 급등했다.
같은 동 현대5차 82㎡규모 아파트는 지난 달 1일 52억원에 거래됐다. 3월 4일 51억원에서 52억원으로 1억원 가량 더 올라 최고가를 찍었다. 평당 2억원을 소폭 넘어선다.
신고가를 경신한 곳은 강남구만이 아니다. 서초구와 용산구는 거래가 극히 저조했지만 이러한 와중에도 절반 가량이 신고가를 찍었다. 서초구는 이 기간 12건이 거래됐는데 이중 5건이 신고가를 찍었다. 용산구 역시 10건 중 4건이 신고가를 보였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 114㎡규모 아파트는 4월 22일 49억원에 거래됐다. 올해 내내 거래가 없다가 작년 5월 41억 5000만원에 거래된 후 약 1년 만에 7억 5000만원 오른 것이다.
송파구에선 아파트 매매 71건 중 20건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110㎡규모가 4월 20일 29억 4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찍었다. 잠실주공 5단지는 82㎡규모가 지난 달 15일 40억 7500만원에 거래됐다. 연초까지만 해도 30억원대 초중반에서 거래됐으나 상승폭이 커지더니 처음으로 40억원대를 찍었다.
강남·송파구, 아파트 주간 상승률 확대
토허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에는 실거주 의무 2년을 채우고,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구청에 거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로 인해 거래 자체가 위축되는 효과가 있지만 과거에도 가격 하락 효과는 제한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강남구 삼성동·대치동·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에는 2020년 6월부터 올해 2월 12일까지 토허제가 적용됐는데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이어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대치동 아파트 매매 가격 변동률은 2018년 6월~2020년 5월까지 22.7% 오른 반면 2020년 6월부터 2022년 5월까지 23.8% 상승해 외려 상승폭이 커졌다.
토허제보다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 등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비 마이너스(-) 0.2%(속보치)를 기록하는 등 올해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 또 정권 교체가 나타날 경우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중에 부동자금이 상당한데 지방은 미분양 주택으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한 데다 다주택자의 주택 관련 세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자금이 ‘똘똘한 한채’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매니저는 “강남권을 비롯한 주요 인기 지역은 공급 부족과 희소성으로 강한 가격 방어력을 보이고 있어 집값 상승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넷째 주(28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19% 올랐다. 셋째 주(0.13%)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송파구도 2주 연속 0.18%씩 올라 4월 둘째 주(0.08%) 저점을 찍었던 상승세가 반등하는 모습이다. 서초구(0.18%)와 용산구(0.15%)도 토허제 확대 재지정에 따른 상승폭 둔화세가 반영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