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부유한 나라라고 언급하면서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한국은 그 군대(주한미군)를 위해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돈을 많이 벌고 있고 그들은 매우 좋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 군대를 위해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추가로 올려야 한다는 압박으로 보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에 대해 언급하면서 규모를 4만5000명이라고 잘못된 수치를 거론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규모는 현재 2만8000명 정도이다.
그는 또 집권 1기 시절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을 소개하면서 "나는 (한국이) 1년에 100억 달러(약 13조 7000억원)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었다)"고 말해 '방위비 분담금 100억 달러'를 재차 언급했다.
'자신들 군대를 위해 지불해야 한다'는 요구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이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에도 제시하고 있는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 국방지출 기준과 잇닿아 있다. 올해 국방예산 기준으로 한국의 GDP 대비 국방지출 규모는 2.32% 수준이다.
'방위비 분담금 100억 달러'는 작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해온 것이다. 한국이 직전 바이든 행정부 막판에 미국 측과 한 합의에 따라 내년 지불할 방위비 분담금(1조5192억원)의 9배에 이르는 액수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함께 한국을 상호관세율 통보 1순위 대상으로 택했다. 그 이튿날 주한미군 및 국방지출 관련 문제를 제기한 것은 대(對)한국 협상 전략 측면에서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전날 미국을 방문 중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동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열릴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에 무역과 안보에 걸친 '청구서'를 발송하는 한편, 자신이 가진 '지렛대'를 최대화한 형국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