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이번주(5~9일) 국내 증시의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달까지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진행되는 만큼 이익 개선세를 보이는 종목 중심의 대응을 권고했다.
NH투자증권은 4일 이번주 코스피 예상 범위를 2480~2650선으로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장의 예상보다 강한 수준의 관세를 발표한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2284.72까지 밀린 지난달 9일 이후 현재까지 12% 수준의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낙폭 과대 인식이 형성된 가운데 미국이 주요국과 무역 협상에 나서면서 관세 부담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선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내용이 계속 바뀌는 등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증시의 상방을 제한하는 리스크로 지목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중국과 관세 협상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최근 상승세가 진짜 반등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상황 종료라고 하기엔 시기상조라 볼 수 있다"며 "이번달에도 주식시장은 관세발(發) 불확실성에 빈번하게 노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주에도 관세 정책 등 불확실성 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나 경제 지표 악화로 주가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는 6~7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주목할 이벤트로 지목된다. 중앙은행(Fed)이 시장에 개입하는 이른바 'Fed 풋(Put)'을 기대할 만한 발언이 나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3.6%로 반영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발언을 내놓을지를 주목하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5월 FOMC 회의에서는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며 "관세 정책의 영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고 아직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도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전 FOMC 회의에 비해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보일 수 있다"며 "지난 1분기 미 경제 성장률이 관세에 따른 역성장이라 해도 민간 수요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최근 발표된 노동시장 지표들에서도 수요 약화가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두고 강경 발언을 쏟아낼 때마다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상황인 만큼 수익성이 개선되는 업종 중심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권고했다. 한지영 연구원은 "어닝 시즌(실적 발표) 개막과 실적 전망치 하향 국면에서는 이익 모멘텀(동력)을 보유한 종목군들의 성과가 지속적으로 개선됐다"며 "양호한 실적 모멘텀을 보유한 동시에 관세 비용 부담에 따른 충격이 제한적일 수 있는 업종 중심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