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 충돌 일지…정치적 리스크에 흔들린 가상자산

4 days ago 7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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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부터 이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간의 갈등은 정치권을 넘어 글로벌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충격을 줬다. 시장 내 정치적 내러티브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친 가상자산' 행보를 공유했던 두 거물의 갈등으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는 고조됐다. 트럼프와 머스크가 온 종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설전을 벌인 지난 6일 비트코인(BTC)은 코인마켓캡 기준 전일 대비 3% 이상 하락했고, 이더리움(ETH) 역시 7% 이상 하락, 리플(XRP)과 솔라나(SOL)는 각각 5~6% 낙폭을 기록했다.

감세법안 비판으로 시작된 갈등…SNS 설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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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출렁이게 만든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 3일(현지시간)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정책인 감세법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미안하지만,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이 엄청나고 터무니없으며 낭비로 가득 찬 예산안은 역겹고 혐오스럽다"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그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직에서 물러난 지 불과 나흘 만의 일이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머스크의 고별식에서 그에게 '황금 열쇠'를 선물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어, 이같은 급반전은 정치권과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트럼프도 머스크의 공개 비판에 곧바로 응수했다. 지난 5일 그는 "일론과는 좋은 관계였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매우 실망했다"고 언급하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이날 SNS 상에서 두 사람은 하루 종일 설전을 이어갔다. 트럼프는 자신이 운영하는 SNS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일론은 점점 더 내 인내심을 잃게 만들었고, 내가 그에게 떠날 것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그는 전기차 의무화 제도를 없애자 미쳐버렸다"고 적기도 했다.

트럼프는 급기야 머스크가 운영중인 민간 항공우주 회사 '스페이스X'가 받고 있는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종료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머스크는 이에 맞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유인 우주 수송 시스템을 담당하는 '스페이스X 드래곤' 우주선을 퇴역시키겠다고 맞받아쳤고, 심지어 트럼프의 탄핵을 요구하는 글을 재게시하며 동의를 표하기도 했다.

정·재계 인사들 중재·머스크 수습에도…트럼프 "관계 끝났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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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갈등을 완화시키려는 정치권과 재계 인사들의 중재 시도도 이어졌다. 6일(현지시간), 투자 재벌이자 퍼싱스퀘어 CEO인 빌 애크먼(Bill Ackman)은 자신의 X를 통해 "트럼프와 머스크는 함께 있을 때 더 강하다"며 "국익을 위해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머스크는 "당신이 맞다(You're not wrong)"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공화당 내에서도 갈등 진화를 위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돈 베이컨(Don Bacon) 네브래스카 주 하원의원은 "분열된 팀은 성과를 낼 수 없다. 그런 갈등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Marjorie Taylor Greene) 조지아 주 하원의원도 "온라인상 비난은 문제 해결 방식이 아니다"라며 두 사람의 관계 회복을 촉구했다.

이어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6일 저녁 트럼프와 머스크가 전화 통화를 할 예정이라고 보도하며 화해 기대감이 고조됐지만, 곧 백악관이 이를 공식 부인하면서 혼란이 더해지기도 했다.

7일 머스크는 자신의 트럼프 비판 게시글을 삭제하면서 수습에 나선 듯 보였다. 그러나 같은 날 트럼프가 "머스크와의 관계는 끝났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둘의 관계가 파국에 이른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날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JD 밴스 부통령 최측근에게도 머스크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화해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화해 무드 진입한 트럼프·머스크…"가상자산 시장 리스크 완화"

머스크는 11일 자신의 X를 통해

머스크는 11일 자신의 X를 통해 "트럼프에 대한 일부 게시물이 지나쳤다"며 이를 후회한다고 밝혔다. / 사진=일론 머스크 X 캡쳐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갈등이 완화되고 있다. 머스크가 트럼프 비판 트윗을 삭제하고 공개 사과한 데 이어, 트럼프 역시 한층 누르러진 메시지를 던지며 관계 회복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10일 저녁 머스크는 자신의 X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일부 게시물은 너무 지나쳤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이 날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그렇게 한 것이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의 사과를 인지하고 있으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가상자산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간의 갈등이 봉합 국면에 들어서면서, 그 여파로 흔들렸던 시장 분위기도 점차 진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원 쟁글 리서치센터 리서처는 "트럼프와 머스크는 모두 가상자산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로, 이들의 충돌은 정책 불확실성 및 시장 심리 위축을 불러왔다. 이로 인해 투자자의 리스크 회피 심리가 확산돼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일시적 조정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양측이 갈등을 봉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들의 화해로 가상자산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가격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 리서처는 "크립토가 점점 더 정치적 내러티브에 휘둘리는 환경에 놓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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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블루밍비트 기자 shlee@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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