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특급슬픔도 특급고통도 특급초특급이었을 행복한 입도 맛보지 못하고묘혈 속에 누워본다나 일찍부터두 다리를여기 넣고 살았나여기서 움트고꽃을 피웠나수없이 기웠던 희망달큰한 열매인 줄 알았나가물가물한 기억 속특급 하늘이 다가온다뻐근한 허리를 받쳐준다처음 맛보는빈틈없는 일체감!―조은(1960∼)오래전 가족들과 사는 작은 집이 흙 속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우리가 흙 속에 묻힌 감자들 같다고 생각했다. 밖은 어떨지, 나갈 수나 있을지 걱정하며 어둑한 마음을 부풀렸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꽃은 핀다. “수없이 기웠던 희망”, 훼손되어도 다시 꿰매어 간직한 “달큰한 열매”는 있다. 어둠 속에서도 바깥의 빛을 감지할 수 있다. 계절을, 사람들의 오고 감을, 마음을 나누는 순간을 겪을 수 있다. 그 속에서 시를 쓸 수 있다. “내 인생은 특급”이지만, 슬픔과 고통도 특급이라 자조하는 화자의 말이 아득하다. 아, 특급이라면 무조건 좋은 것인 줄 알았지! 그게 슬픔이라면, 그게 고통이라면 꼭 특급일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일까, 화자는 살아 있으면서 돌연 “묘혈” 속에 누워본다. 죽음을 담기 위해 파놓은 캄캄한 구덩이가 묘혈 아닌가. 그 속에 누운 화자는 어째서인지 “처음 맛보는/빈틈없는 일체감!”을 느낀다. 슬픔과 고통을 거느린 특급 인생의 아이러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건 화자가 한 입도 맛보지 못했다 고백하는 “초특급이었을 행복”이다. 특급 인생이니까, 슬픔도 고통도 특급이었으니까 장차 기쁨과 행복도 특급으로 도래하기를! 박연준 시인©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특급 인생[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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