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말년 정물화 빈센트 반 고흐의 1890년 작품 ‘붓꽃(Irises)’. 꽃 정물화를 그리기 두 달 전 고흐는 그의 생애에서 가장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정신 발작을 겪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고흐는 병원에 있는 꽃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제공 김민 문화부 기자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해바라기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그가 남긴 정물화 중에는 붓꽃(iris) 그림도 있습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이 정물화는 첫눈에 보기에는 아주 단순한 그림입니다. 그림은 흰 도자기 화병에 꽂힌 붓꽃 다발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특이한 부분’은 테이블의 색입니다. 이 시절 테이블이라면 나무로 만든 것일 텐데, 붓꽃의 줄기와 거의 같은 녹색으로 채색돼 있습니다. 고흐가 본 테이블이 정말 녹색이었을까요? 그보단 작가의 의도적인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줄기의 색과 테이블의 색을 통일해서 존재감을 줄이고, 다른 무언가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꽃다발 속 직선과 곡선 이 그림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을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가장 높이, 가장 선명하게 그려진 상단의 꽃송이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 높은 꽃송이를 중심으로 보면, 오른쪽으로는 다른 꽃송이들이 마치 폭포처럼 흐드러져 내려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왼쪽엔 강한 직선으로 그어 나간 줄기가 꽃송이들의 곡선과 대비를 이루며 중심을 잡습니다. 이처럼 올라가고(줄기) 흘러 내려오는(꽃송이) 리듬은 그림의 좌우에서도 반복됩니다. 왼쪽 꽃송이는 흐르고, 오른쪽 꽃송이는 간결하게 위로 솟아올라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마치 손가락을 뻗어내듯 펼쳐진 줄기들의 답답함을 없애주기 위해, 테이블과 벽면을 가르는 경계선이 약간 흐리게 칠해진 것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엔 그림의 붓 터치를 자세히 감상해 볼까요. 마치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로 선을 긋는 것처럼, 단번에 굵은 선을 그어서 채워진 두꺼운 물감층이 보입니다. 이런 붓 터치는 서양 그림에서는 원래 잘 쓰지 않는 기법입니다. 화가가 이 아이디어를 얻은 건 일본의 목판화인데요. 목판화는 판화가가 칼로 나무를 파내어 그림을 만들기 때문에, 이런 다소 경직된 듯한 직선이 등장하게 됩니다. 고흐는 왜 갑자기 붓꽃 화병을 이렇게 탐스럽게 그렸던 것일까요? 이 그림은 1890년 5월에 그린 것으로, 고흐가 생레...
‘해바라기의 화가’가 그린 붓꽃[김민의 영감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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