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과 K뷰티 등 한국 상품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이 한국 쇼핑몰에서 직접 물건을 사는 '역직구' 시장은 충분히 커지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회원가입부터 결제 단계까지 외국인의 구매를 막는 장애물이 여전히 치워지지 않고 있어서다.
28일 한국은행은 '외국인의 국내 상품 인터넷 직접 구매(역직구)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한은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17년 94조2000억원에서 2024년 254조4000억원으로 큰 폭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의 역직구는 6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전체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역직구 비중은 0.6%대에 머물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인의 해외 직접구매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7년 2조2000억원이던 직구 금액은 지난해 8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역직구액(1조6000억원)의 5배에 달한다.
한은은 직구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과 달리 역직구 증가세가 저조한 이유로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의 이용 편의성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의 경우 한국 쇼핑몰에 가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많은 국내 쇼핑몰은 회원 가입시 본인인증 절차를 엄격하게 요구한다. 국내에서 개통된 휴대폰을 통해 인증하거나, 신용카드 또는 아이핀 인증을 해야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반면 해외 플랫폼은 이메일 주소 등만 있어도 가입이 되는 경우가 많아 접근성이 높다.
결제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도 제한적이다. 한국은 해외에서 발급한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몰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국내 온라인 가맹점 중 비자, 마스터카드, 유니온페이 등 해외에서 발급된 글로벌 브랜드 카드를 사용 가능한 가맹점은 약 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팔, 알리페이, 애플페이 등 해외 간편결제도 이용이 어렵다. 반면 해외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은 다양한 대금 지급 수단을 허용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에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를 쓸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추승우 한은 차장은 "회원가입시 인증 방식이나, 지급수단 수용과 관련한 법적 제약이 없음에도 국내 플랫폼들이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며 "실익과 기회비용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이 지급 편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추 차장은 "특정 지급수단에 대해선 이 보고서에 담고 있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