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준일]사우디는 왜?

1 week ago 29

사우디아라비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의 임기 모두 첫 공식 방문국으로 택한 나라다. 그간 미국 대통령들이 캐나다, 영국 같은 전통적 우방국을 먼저 찾던 관례를 깬 파격이었다. 반(反)이란 전선을 구축하려는 트럼프와 지역 맹주 자리를 공고히 하려는 사우디의 이해관계가 맞물렸다. 사우디는 거액의 선물 보따리로 화답했다. 첫 임기 방문 때는 3500억 달러(약 470조 원), 두 번째 임기 방문에선 6000억 달러(약 806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그런 사우디가 미국이 일으킨 중동 전쟁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사우디 원유 수출량의 70∼80%를 차지하던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닫혔다. 우회로로 만든 아라비아반도의 ‘동서 송유관’은 대규모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멈췄다. 친이란 이라크 민병대 소행으로 추정된다. 최후의 수출길인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요충지들은 예멘 반군 후티에 장악됐다. 2015년부터 사우디와 전쟁 중인 세력이다. 숙적 이란과 가까운 성향의 ‘저항의 축’이 사우디 경제 대동맥을 움켜쥐었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10일 트럼프에게 최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후티 공격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은 이란과 전쟁 중인 호르무즈 해협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고, 전선을 넓히고 싶지 않다는 것이 거절 이유라고 한다. 데자뷔 같은 상황이다. 2019년 사우디 국영 에너지기업 아람코 시설이 피격당했을 때도 트럼프는 미온적이었다. 아람코는 사우디에 국가 엔진 같은 곳이다. ▷한편으론 사우디의 군사력을 고려하면 이 정도 위기에 처할 일인가 싶다. 사우디는 한 해 100조 원 이상의 국방비를 지출한다. 우리 국방 예산(60조 원대)보다 훨씬 크다. 최신예 전투기, 사드 등 미국과 맺은 방산 패키지 금액만 200조 원에 가깝다. 세계 국방력 순위도 25위다. 그런 군사력을 가지고도 옆 나라 반군 세력에 10년 넘게 쩔쩔매고 있다. 국가 방위보다는 왕권 수호에 맞춰진 군 지휘 구조, 전투·훈련 경험 부족, 군 부패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렸다는 분석이 있다. 군사력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교훈을 새삼 준다. ▷지난달 사우디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320만 배럴에 그치며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쟁 전 하루 평균(700만 배럴)의 절반도 안 된다. 이달 아시아행 원유 수출량은 하루 13만 배럴 미만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가 존립 위기 수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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