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 마을의 5년 전 여름은 말 그대로 생지옥이었다. 그해 6월 말 기온은 50도 가까이로 치솟았다. 이 나라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높은 수치였다. 여름철 날씨가 선선해 에어컨 보급률도 낮았던 지역이다. 급기야 7월 초 산불이 옮겨붙어 마을의 90%가 불탔다. 주민 250여 명은 마을을 버린 채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캐나다 서부와 미국 북서부 지역 상공에 걸쳐 만들어진 거대한 ‘열돔’ 탓이었다. ▷북미나 유럽에서 매년 나타나는 열돔은 강하고 뜨거운 고기압이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태평양이나 아프리카의 열기가 유입돼 생긴다. 반면 올여름 한반도를 괴롭힌 찜통더위는 고기압 둘이 겹친 ‘이중 열돔’이 원인이다. 우리 머리 위 상층 10km 부근에는 ‘고온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꿈쩍하지 않고 버틴다. 그 아래 5km 지점에선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쪽으로 계속 확장한다. 보통 낮에 달궈진 지표 열이 위로 상승해 차가워져야 하는데, ‘솥뚜껑’ 두 개로 강하게 눌러 이를 틀어막는 것이다. 빠져나가지 못한 열기는 결국 내부를 점점 더 달구게 된다. ▷그렇다면 ‘고기압은 왜?’라는 질문이 생긴다. 그 답은 상공 9∼12km에서 부는 ‘제트 기류’에서 찾아야 한다. 미국으로 갈 때의 비행시간이 한국으로 되돌아올 때보다 짧은 게 이 제트 기류에 편승해서다. 그만큼 강한 바람이다. 이 기류는 원래 비슷한 높이의 티베트 고기압을 북동쪽으로 밀어내거나 티베트로 되돌려 보내곤 했다. 하지만 최근 북극 기온이 여름에 너무 많이 오르면서 적도 부근과의 온도 차가 줄어들자 제트 기류도 힘이 빠져 버렸다. 지구 온난화를 열돔 원인으로 지목하는 게 그런 배경에서다. ▷한반도를 습식 사우나처럼 만든 열돔은, 결과적으로 태풍 방어막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 최근 일본 먼바다에서 소멸한 ‘방랑’까지 올해 23개의 태풍 모두가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았다. 24호 태풍 ‘크로반’ 역시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열돔이 태풍의 진로를 바꾸거나 조기 소멸시키고 있다는 게 기상학자들의 분석이다. 작년에도 그랬다. 태풍은 평균적으로는 한 해 25개가 발생해 3개는 한반도에 상륙했다. 통계 집계 후 1988년, 2009년 두 번뿐이었던 ‘태풍 제로’의 기록이 2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태풍은 때로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키기는 위협적인 존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단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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