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2005년 11월 ‘총유동성(M3)’을 더 이상 발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M3는 현금과 금융권 예금 등을 모두 합친 것으로, 시중에 풀려 있는 돈의 총량을 보여준다. M3를 집계해 내놓음으로써 얻는 이익이 매우 적다는 게 이유였다. 벤 버냉키 전 의장은 “경제 전망에 있어서도 별다른 가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심하는 눈초리도 적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만큼 통화량 증가세가 크다는 걸 연준이 숨기고 싶어서 집계를 중단했다는 것이었다. ▷한국은행이 3일 외환보유액을 발표했는데, 관심은 온통 외환보유액 국가별 순위표에 쏠렸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보도자료 마지막 장에 담겼던 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표는 2001년 3월부터 매달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자료에 포함돼 있었다. 표를 왜 없앴는지에 대한 설명도 사전에 없었다. 25년 6개월 만에 표를 삭제한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한은의 답은 “분석적 가치가 미미하다”였다. 외환보유액이 국가의 대외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는 맞지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그 나라가 몇 위인지는 실제 능력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순위가 다시 떨어질 것 같으니 외환 건전성 관리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걸 막기 위한 조치 아니냐” “불리한 정보를 숨기기 위해 없앤 것 아니냐”는 뒷말들이 나왔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8월 말 기준 4422억 달러다. 올 1월 말 세계 10위에서 5월 말 13위로 떨어졌다가 6월 말 기준 10위로 다시 올라섰는데, 이때가 한은이 밝힌 마지막 순위다. ▷한은이 2001년에 왜 이 표를 내놓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외환보유액 순위표를 보도자료에 포함시킨 이유를 설명해 놓은 한은 내부 자료도 없다고 한다. 다만 유추해 볼 순 있다. 당시는 외환위기 공식 졸업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던 때였다. 한국이 이만큼이나 빨리 외환위기를 극복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첫 외환보유액 순위표에서 한국은 5위다.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 모두 한국보다 순위가 낮다. ▷한은만 외환보유액 순위표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 데이터베이스와 각국 중앙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숫자들을 모아보면 한국이 몇 위인지 확인할 수 있다. 한은 말대로 단순 순위 집계 통계다. 그렇지만 외환보유액 순위표는 한은의 대국민 서비스 중 하나로도 볼 수 있다. 클...
[횡설수설/박희창]25년 만에 사라진 외환보유액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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