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희창]엔화 가치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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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 말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3엔을 넘어섰다. 1986년 12월 이후 처음 보는 숫자다. 그만큼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엔-달러 환율이 160엔대를 기록했던 적도 1990년도와 2024년도 단 두 번뿐이다. 그때도 160엔대가 이어진 건 두 주가 안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6월 중순부터 한 달 반 동안 계속 160엔대에 머물렀다. 역사적인 ‘엔저(円低)’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각국의 물가와 환율 수준을 비교할 때 널리 쓰이는 빅맥 지수로 따져보면 엔화는 달러보다 50.4% 저평가돼 있다. ▷엔저가 이어지면서 일본 물가 역시 뛰고 있다. 해외에서 물건을 들여오는 데 드는 비용이 커지면서 일본 내 제품 가격 역시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달에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음식료품만 4000개가 넘는다. 올 한 해 동안 가격이 인상되는 품목은 2만 개를 웃돌 게 확실하다고 한다. 치솟는 물가에 대한 불만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지지율까지 역대 최저치로 끌어내렸다. ▷이러니 일본 정부로선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순 없다. 일본 외환 당국은 7월 말부터 한 달 동안 외환시장에서 15조4000억 엔(약 132조 원)을 들여 엔화를 사들였다.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 정부까지 우군으로 나섰다. 두 나라가 함께 대규모로 엔화를 매입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환율은 한 달 만에 다시 달러당 160엔대로 복귀했다. 28년 만의 첫 미일 공조라고 하기엔 초라한 결과다. ▷엔화 가치가 좀처럼 회복을 하지 못하는 데는 확장 재정 탓도 크다. 다카이치 총리의 ‘사나에노믹스’는 그의 정치적 롤모델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 정책을 빼닮았다. 아베 전 총리처럼 다카이치 총리 역시 확장 재정을 내걸고 적극적인 돈 풀기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의 내년 예산은 4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해 140조 엔마저 넘길 전망이다. 돈이 너무 많이 풀리면 결국 엔화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엔화와 같은 흐름을 보였던 적이 많다. 그런데 최근에는 원-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0엔당 1500원을 넘기기도 했던 원-엔 환율은 850원대까지 떨어졌다. 엔저 때문에 원화 가치도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어도 지금은 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엔저는 우리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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