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남성 누드, 퀴어 문화…20세기 문제적 작가의 도발적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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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남성의 육체를 그리스 로마 조각상처럼 표현한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Thomas', 1987, Silver gelatin, 137.2 x 137.2 cm (54 x 54 in.) /©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흑인 남성의 육체를 그리스 로마 조각상처럼 표현한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Thomas', 1987, Silver gelatin, 137.2 x 137.2 cm (54 x 54 in.) /©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미국 출신 현대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늘 논쟁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1980년대 그는 흑인 남성의 누드와 퀴어 문화를 다룬 작품들로 예술계의 뜨거운 논쟁을 촉발했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지난 9일 개막한 ‘형태의 시학(The Poetics of Form)’은 메이플소프의 도발적인 시선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2021년 국제갤러리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 전시 이후 5년 만에 국제갤러리 서울 한옥 공간에 그의 사진 20여 점이 모였다.

메이플소프의 관심은 금기시된 영역을 향했다. 유명 인사의 초상과 꽃, 풍경 등도 촬영했지만, 주로 성소수자 문화와 BDSM(가학·피학성 성적 취향), 남성 누드 등 당대 뉴욕의 하위문화를 다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20세기 문제적 사진작가라는 꼬리표가 그를 따라다녔지만 피사체를 다루는 메이플소프의 조형 감각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프랫 대학교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한 작가는 자신의 카메라 렌즈에 담기는 대상들을 모두 같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꽃과 오브제를 촬영할 때도 극도로 정제된 형식미와 질서를 고수해 하나의 조각상처럼 촬영했다.

지난 9일 국제갤러리 한옥 공간에서 개막한 로버트 메이플소프 개인전 '형태의 시학' 설치 전경.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지난 9일 국제갤러리 한옥 공간에서 개막한 로버트 메이플소프 개인전 '형태의 시학' 설치 전경.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이번 전시는 파격적인 작품의 주제보다 피사체를 바라보는 그의 태도에 초점을 둔다. 전시장에서 만난 국제갤러리 강명주 디렉터는 “메이플소프는 사진을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기록하는 매체라기보다 빛과 그림자, 비례와 균형을 치밀하게 구축하는 조각적 행위로 이해했다”며 “‘사진은 조각을 만드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메이플소프의 관점은 작품을 보면 금방 이해된다. 사진 속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남성의 육체는 마치 그리스·로마 신을 형상화한 조각상을 연상시킨다. 정교한 비례와 균형, 절제된 구도를 통해 외설적으로 비칠 수 있는 주제마저 고전적 아름다움으로 풀어낸 것이 메이플소프 사진의 특징이다.

남녀 성별을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표현한 작품. 로버트 메이플소프, 'Ken and Tyler', 1985, Silver gelatin, 50.8 x 40.6 cm (20 x 16 in.). /©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로버트

남녀 성별을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표현한 작품. 로버트 메이플소프, 'Ken and Tyler', 1985, Silver gelatin, 50.8 x 40.6 cm (20 x 16 in.). /©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로버트

작가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리며 사회적 통념에도 질문을 던진다. 강명주 디렉터는 “남성 모델은 전통적으로 여성 누드 사진에서 볼 수 있던 포즈를 취하고, 여성성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꽃은 남성의 신체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메이플소프, 'Orchid', 1987, Silver gelatin, 61 x 50.8 cm (24 x 20 in.). /©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로버트 메이플소프, 'Orchid', 1987, Silver gelatin, 61 x 50.8 cm (24 x 20 in.). /©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메이플소프는 대부분의 작업을 젤라틴 실버 프린팅 기법으로 제작했다. 흑백 사진의 깊이감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사진을 크게 만드는 것은 사진을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그의 신념을 기리기 위해 이번 전시에서는 국제갤러리와 재단이 함께 구현한 오버사이즈 젤라틴 실버 프린트 3점을 국내외 관객에게 최초 공개한다. 가로 세로 137cm에 이르는 오버사이즈 작품은 현존하는 기술로 제작 가능한 최대 크기다. 전시는 7월 19일까지.

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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