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 공공시스템 대전환, 도전 기반이 성패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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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배터리 교체 중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인한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의 가동이 중단됐다. 27일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에 서비스 일시중단 안내문에 표시되어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지난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배터리 교체 중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인한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의 가동이 중단됐다. 27일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에 서비스 일시중단 안내문에 표시되어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정부의 공공정보시스템 관리 패러다임이 전례 없는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1만개가 넘는 공공정보시스템의 운영 기관 등급 조사를 완료하고, 조만간 등급심의위원회를 꾸려 최종 등급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은 단순히 행정적인 관리 기준을 바꾸는 차원을 넘어선다. 예기치 못한 재난 상황에서도 정부 시스템의 연속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공공 분야 인공지능 전환(AX)을 촉진하기 위한 국가적 초석을 다진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그동안 공공 안팎에서는 기존 사용자 수 중심 등급 체계가 정작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을 때 국민의 실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끊임없이 지적했다. 이용자 수가 적더라도 국민의 생명이나 재산, 기본권과 직결된 핵심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시스템 등급 분류 기준을 국민 영향도, 서비스 파급도 등을 중심으로 전면 개선했다.

등급 개편은 국가정보원의 국가망보안체계(N2SF) 내 C(기밀), S(민감), O(Open·공개) 등급과 매칭하는 후속 작업으로 이어진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거나 극도의 기밀성을 요구하는 C등급 시스템은 기존처럼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엄격하게 관리받지만, S등급과 O등급은 민간 클라우드로 과감하게 전환된다. 그간 철옹성 같았던 공공 정보시스템 운영 환경의 판도가 민간 주도의 유연한 클라우드 생태계로 바뀌는 변화다.

최호 기자최호 기자

이를 현장에서 직접 실행하고 맞닥뜨려야 하는 일선 공무원의 속내는 매우 복잡하다. 개방과 혁신이라는 거대한 문 앞에 선 공무원은 마냥 도전적인 자세로 임하기가 어렵다. 당장 클라우드 전환 등 전례 없는 변화 이후 발생할지 모르는 해킹, 데이터 유출, 시스템 장애 같은 치명적인 사고의 책임 화살이 온전히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깊이 우려한다. 그리고 이 같은 불안감은 필연적으로 극도의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업무 태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만약 책임을 면하는 데 급급해 민간 클라우드 도입을 꺼리거나, 시스템 등급 산정 과정에서 하위 등급으로 하향 평준화하려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다면 정부가 공언한 공공 정보시스템 혁신은 한낱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고질적인 '보수성벽'에 부딪혀 혁신의 동력이 상실되는 장면을 또 봐야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집중해야 할 일은 현장 공무원이 확신을 가지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든든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선 민간 클라우드 도입 절차와 보안 관리 프로세스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규정 및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현장의 막연한 공포와 혼란을 해소해야 한다. 동시에, 적극적으로 혁신과 개방에 동참한 이들에게 확실한 인사·포상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또 투명한 규정을 준수하며 성실하게 업무를 추진하다 발생한 불가항력적인 사고나 오류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면책해 주는 제도적 안전장치도 뒷받침돼야 한다. 불안감을 거두고 보수성벽을 깨뜨릴 정교한 유인책과 튼튼한 보호막이 마련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의 공공 AX 혁신과 정보시스템 대전환은 성공적인 결실을 볼 수 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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