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준일]이념 과잉 대신 합리와 실리… 평택을 선거가 던진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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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정치부 기자

김준일 정치부 기자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는 한국 정치 대부분의 이념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5개 정당 후보들이 한 지역구에 모여든 보기 드문 선거였다. 여기에서 나온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의 승리는 여러 함의를 던진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진영 일각의 관심사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아스팔트 보수를 대표하는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가 실제로 국민의힘 후보 표를 얼마나 잠식하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황 후보는 국민의힘 밖 강성 보수 인사 중 가장 인지도가 높아 이들 세력의 ‘득표력 상한선’을 볼 기회였다.

당초 강성 보수 세력에 꽤 큰 의미를 부여하는 장동혁 지도부는 유 의원의 승리 가능성을 높게 점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라는 강한 상대가 있는 데다, 황 후보가 유 의원의 보수표를 상당 부분 나눠 가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표 결과를 보니 황 후보는 선거비용을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하는 6.19%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 태극기 세력 중 가장 득표력이 높을 거라고 본 황 후보의 득표가 유 의원 당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사실 21, 22대 총선 등 두 번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경험으로 강성 보수 역시 실제 선거에선 진영의 승리를 위한 전략적 투표를 우선으로 한다는 점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합리적 보수 세력이 장동혁 지도부에 강경 보수층에 편향된 행보 대신 중도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한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배경이었다. 개혁 보수를 표방하는 유 의원의 승리는 국민의힘이 어떤 전략을 펴는 게 합리적인지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진보 진영은 평택을 선거를 ‘뉴이재명’을 표상하는 김 후보와 친문(친문재인)계 적자이자 민주당보다 더 선명한 진보를 추구하는 조 후보 간의 경쟁, 즉 진보 내 세력 간 헤게모니 대결의 관점으로 대했다. ‘내전’에 치중한 두 ‘외지인’은 엄연한 지역구 선거에서 지역 현안은 뒤로한 채 과격한 네거티브전에 몰두했다. 평택을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기지, 경기도 유일 국제 무역항, 미군기지, 전통적인 농촌지역이 혼재돼 있어 인구 구성과 산업 특성이 그 어느 곳보다 복합적인 곳이다.

두 후보는 외지인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구 특성에 맞는 정책 선명성 대결을 벌이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하지만 세력 간 자존심 싸움에 함몰되며 ‘가짜 민주당’, ‘철새 정치인’ 같은 정체성 공방과 ‘대부업체’, ‘사법리스크’ 같은 개인 신상 공격에 주어진 시간을 허비했다.

분명 유 의원의 승리는 진보 진영의 표 분산이 핵심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유 의원이 선거 내내 합리적 이념 위치를 유지하면서 네거티브 대신 광역교통망 확충, 정주여건 개선 같은 실리적 지역발전론을 앞세웠던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결과를 미뤄 보건대 현실을 사는 유권자들은 여의도 정치인들처럼 이념이 과잉돼 있지도 않고, 세력 간 자존심 대결에도 큰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모처럼 있었던 ‘한국 정치 축소판’ 선거 결과의 의미를 여야 정치권 모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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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정치부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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