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국가대표팀 서효원(뒤)은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2025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태극마크를 반납하기로 했다. 그러나 생애 마지막 국제대회에서 신들린 활약으로 작별을 미루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매 순간이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란 생각으로 라켓을 잡는다.”
탁구국가대표팀 서효원(38·한국마사회·세계랭킹 27위)의 탁구는 끝나지 않았다. 그는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2025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태극마크를 반납하기로 했다. 그러나 생애 마지막 국제대회에서 신들린 활약으로 작별을 미루고 있다.
서효원은 19일(한국시간) 카타르대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조지아 피콜린(이탈리아·102위)과 대회 3일째 여자단식 64강에서 게임스코어 4-1(11-6 10-12 11-8 11-4 11-8) 완승을 거뒀다. 수비형 선수 특유의 깎아치기와 포핸드 드라이브로 피콜린을 경기 내내 몰아붙였다.
서효원은 경기 후 “이 대회의 의미가 내겐 매우 크다. 잘 즐기고, 열심히 뛰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매 국제대회가 마지막 무대라는 마음가짐으로 뛰었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 다가왔다는 생각에 허무하게 대회를 마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서효원은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지막 대회로 삼길 잘했다. 메이저 대회다보니 상대가 종전보다 더욱 끈기있게 달라붙어 재미와 긴장을 고루 느끼고 있다”며 “사실 몇년 전부터 오른쪽 손목이 너무 아파 기술을 완벽하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의 승부욕, 재미, 통증 등은 모두 내게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서효원의 은퇴 예고에 아쉬움을 표한 이들이 많다. 석은미 탁구국가대표팀 감독은 ‘아쉽지만 마지막이니 잘 즐겨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중국에서는 그의 은퇴 소식을 듣고 도하를 찾아온 팬도 있었다. 주카타르 한국대사관 직원 일부도 이날 서효원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서효원은 주변의 지지자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수비탁구의 매력을 보여줄 참이다. 그는 “이번 대회 목표는 8강이었다. 일단 32강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한 히라노 미우(일본·20위)를 넘는 게 우선이었다”며 “그러나 히라노가 오늘 64강에서 레아 라코바치(크로아티아·137위)에 져 탈락했다. 일단은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해 최대한 늦게 작별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서효원은 “사실 이 나이 때까지 현역으로 뛸 것이라곤 예상했지만, 결혼을 하지 못할 것이라곤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래도 주변의 도움 덕분에 누구보다도 행복한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다”며 “반은정(미래에셋증권)과 이승은(대한항공) 등 어린 수비형 선수들이 나보다 더 많은 메달을 한국탁구에 안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하│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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