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송환 앞둔 '사기꾼 부부' 석방…구멍 뚫린 캄보디아 국제 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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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억원 규모 피싱 범죄를 저질러 캄보디아에서 체포된 부부가 한국 송환을 앞두고 돌연 석방됐다. 인터폴 적색 수배자들이 풀려나면서 양국 간 국제공조 체계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경찰은 이들이 풀려난 배경에 현지 고위 관료와의 뇌물 거래가 작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에서 지난 2월 캄보디아 현지 경찰에게 체포된 강모씨(31)와 부인 안모씨(29)가 최근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성에게 접근해 주식 투자를 유도하는 ‘로맨스스캠’ 수법으로 102명에게서 약 12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5개월 가까이 송환을 기다린 수사관들은 이들을 조사할 수 없게 됐다.

韓송환 앞둔 '사기꾼 부부' 석방…구멍 뚫린 캄보디아 국제 공조

한국 경찰은 다른 사기 조직이 현지 경찰에게 뇌물을 건네고 부부를 인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유치장에 있던 강씨가 지인에게 연락해 “직접 와서 4만달러를 내면 바로 데리고 나갈 수 있다고 (캄보디아 경찰이) 말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이들의 석방은 캄보디아 수사당국의 부패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24년 부패인식지수에서 180개국 중 158위(20점)를 기록할 정도로 공권력의 청렴도가 낮다.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투자 리딩방 등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사기 범죄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캄보디아가 이들을 풀어준 것은 양국 간 조약 위반에 해당한다. 한국은 2009년 캄보디아와 범죄인인도협정을 체결해 2011년 발효됐다. 이 협정은 양국에서 법률과 똑같은 효력과 지위를 지닌다. 한국 경찰은 이 협정에 따라 부부의 송환을 공식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이를 무시한 셈이다. 부부의 석방 정황이 포착되자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다급히 이들과의 면회를 요청했지만 캄보디아 경찰은 거부했다.

부부가 법정에 서기만을 기다리던 피해자들은 절망감을 토로했다. 피해자 대표 이모씨는 “정부는 즉각 외교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며 “경찰은 피해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부패가 만연한 국가일수록 사법 공조와 범죄인인도협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협상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질 것에 대비해 정보원을 사전에 배치하는 등의 선제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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