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몸안에 봉분 하나 들게 내버려두었네
봉분을 두고 나니 눈 밖으로 나올 불같은 화도
다 안으로 들어갔네
봉분을 두고 나니 입으로 나올 진탕 같은 말도
다 안으로 들어갔네
봉분이 부풀어오르는 꿈을 꾼 봄밤이 있네
깨어나 목을 축였네
(중략)
서녘은 내 몸안에 있는가
내 마음 안에 있는가
봉분처럼 부풀어오르며 새들은 골똘히 생각했네
물은 달았네
아, 전생의 식구를 다시 본 듯 아렸네
얼마 뒤 허수경 시인이 떠나고 8년 만에 나온 유고시집을 읽다 놀랐다. 오래전 타국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그이의 마음이 내 마음과 이토록 알맞게 포개질 수 있다니! “전생의 식구를 다시 본 듯” 아리다는 그 마음이 우주를 빙빙 돌다 막 내 앞에 도착한 것 같았다. 십 년 넘게 가지 못한 채 그리워하기만 했을 아버지의 무덤, 고아처럼 변방을 서성이던 그이는 기어코 “몸 안에 봉분을 하나 들게 내버려두었”다. 몸 안에 무덤이 하나 돋기까지의 마음이란 어떠했을 것인가. 그리움을 키우다 스스로 무덤이 된 사람. 두 손을 모으고 삼가 절을 올리고 싶다. 부디 평안하시라.
박연준 시인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4 hours ago
3
![[사설]“尹 계엄 하려 北 도발 유도”… 무지한 건지, 무모한 건지](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12/134104085.1.jpg)
![WP “美‘강제노동 관세’는 새 꼼수”[횡설수설/김창덕]](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12/134103736.2.jpg)
![[오늘과 내일/장택동]수사기관 견제할 마지막 장치 ‘전건 송치’](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12/134104049.1.jpg)
![[동아광장/정소연]부실은 부정이 아니고, 극우는 보수가 아니다](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12/134104038.1.jpg)
![[광화문에서/김준일]이념 과잉 대신 합리와 실리… 평택을 선거가 던진 경고](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12/134104029.1.jpg)
![[고양이 눈]고리 빠진 사자](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6/06/12/134102305.5.jpg)


!['통한의 극장골 실점 패배' 주승진 김천 감독 "뒷심이 부족했다" [전주 현장]](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5/2026051714010261496_1.jpg)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95〉 [AC협회장 주간록105] 마이클 잭슨 자산과 스타트업 경영](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5/04/news-p.v1.20260504.773e529e3f474adea55b425cf6daf8c2_P3.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