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배석한 취재진에게 품목별 관세를 쏟아낼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구리 관세를 곧 발표하겠다면서 관세율은 50%일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발표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관세율이나 언제 발표할지 언제부터 적용될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구리관세 50%는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시작했다가 US스틸을 방문한 후에 50%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번에 구리는 아예 처음부터 50%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철강과 알루미늄의 경우 원자재를 수출하는 것 뿐만 아니라 파생상품을 포함하기로 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예컨대 포스코나 현대제철이 미국 현대차에 공급하는 자동차용 강판도 관세를 내야 하지만, 파생상품에 세탁기나 냉장고 건조기 같은 것이 포함되면서 삼성전자 LG전자도 철강이나 알루미늄이 포함된 만큼 관세를 비례적으로 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구리도 비슷한 타격을 줄 여지가 있습니다. 미국에 진출한 우리 배터리 기업들은 한국에서 동박 소재를 사다가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관세는 이런 부분에서 이익을 크게 줄이게 됩니다. 중국산을 쓰면 안 된다는 규정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볼 수 있었던 부분도 관세 조치로 빛을 잃게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개별 기업의 이익에도 영향을 주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미국의 제조업 활성화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구리는 각종 제조업의 핵심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미국 내 생산이 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결국 이런 조치는 미국 내 생산비용을 높이는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미국에 진출한 기업조차 이런 조치 때문에 투자를 더 하기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게 되는데, 추가적인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