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데이터센터 기지로 울산을 낙점하면서 울산이 동북아시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핵심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17일 “SK그룹과 AWS가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 103메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한다”며 “올해 1월 신청받은 건축허가를 지난 5월 완료했으며, 총투자 규모만 7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AWS 데이터센터 유치를 기점으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관련 다국적 기업의 울산 투자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최소 100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WS가 울산에 투자하기로 결심한 주요인 중 하나는 입지다. 데이터센터가 많은 에너지와 냉각열을 필요로 하는 만큼 바다를 끼고 있는 울산이 최적의 입지 여건을 갖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AI 연산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성능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은 대량의 전력을 소모하는데, 울산은 국내 최대 전력 생산기지로 전력 조달이 용이하다. 데이터센터 인근에는 SK가스가 운영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SK가스는 LNG를 기화해 천연가스로 만들 때 발생하는 초저온에너지(냉열)를 활용하는 기술을 보유해 데이터센터를 식히는 데 냉열을 사용하기가 수월하다. SK와 AWS는 향후 AI 경쟁 상황에 따라 1기가와트(GW)까지 확장해 초대형 데이터센터로 키우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향후 울산 앞바다에 국내 1호 수중 데이터센터도 들어설 예정이어서 글로벌 기업의 관심이 쏠린다. 울산시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GS건설, 포스코와 ‘친환경 수중 데이터센터 단지 구축 연구’에 착수했다. 울산 앞바다 해저 30m에 서버 10만 대 규모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단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바닷속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면 수중 자연냉각 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미국 빅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8년 스코틀랜드 앞바다에 처음으로 수중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실험을 실시해 2020년 성공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회사’라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LNG, 태양광, 풍력, 수소, 소형모듈원전(SMR)까지 포함하는 종합 에너지 인프라 사업자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울산시는 데이터센터 구축을 계기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관련 업계 혁신 기업의 울산 유치가 용이해질 것으로 보고, AI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체계를 초·중·고교 및 대학으로 확장해 장기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김 시장은 “향후 울산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 공급이 가능해지고, 데이터센터 규모도 급속도로 확대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데이터센터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