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성장시킨 누군가의 등[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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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모토도 내 등을 보며 성장하는구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룩백’ ‘룩백’이 실사영화로 돌아왔다. 후지모토 다쓰키의 원작 만화나 오시야마 기요타카의 애니메이션을 봤던 팬이라면 이 작품을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실사화했다는 사실이 반가웠을 법하다. 영화는 애니메이션의 장면들을 충실히 재현하면서, 두 주인공의 디테일한 성장사와 아름다운 배경을 미장센으로 더했다. 고레에다는 이 작품을 왜 실사영화로 만들었을까. 여기에는 위대한 예술가의 탄생이 어쩌면 ‘누군가의 등’ 때문이라고 말하는 원작의 감동적인 서사가 한몫했을 것 같다. 한 성공한 만화가의 탄생을 이 영화는 초등학교 시절 운명적으로 만난 두 소녀의 이야기로 그린다. 미래에 유명한 만화가가 되겠다며 자신만만한 후지노와 은둔형 외톨이로 집에서 그림만 그리던 쿄모토가 그들이다. 두 사람은, 캐릭터와 전체 스토리라인을 구성하는 후지노가 마치 어시스턴트처럼 그 만화에 정교한 배경을 그려 넣는 쿄모토를 이끌어주는 관계처럼 보인다. 그래서 ‘후지노 쿄’라는 공동 활동명으로 작품 공모에 당선되고 점점 유명해지면서 쿄모토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을 때 후지노는 말한다. “쿄모토도 내 등을 보며 성장하는구나.” 하지만 혼자 힘으로 서겠다며 미대에 들어간 쿄모토가 불의의 사건으로 세상을 뜬 뒤, 후지노는 뒤늦게 깨닫는다. 자신 또한 쿄모토의 등을 보며 성장해 왔다는 것을. 쿄모토에 대한 경쟁심에 더 열심히 그림을 그렸고, 동갑임에도 자신을 ‘선생님’이라 부르는 그가 있어 더 자신 있게 작품을 펼쳐 나갈 수 있었다는 것을. 영화는 유독 두 소녀의 등을 포착하는 장면을 자주 보여주는데, 그건 그들처럼 어떤 예술가든 누군가의 등을 보며 성장한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그런데 비단 예술가들만의 이야기일까.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등을 보며 성장해 왔으니.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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