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선미]앤 카슨의 고백 “나는 오만한 지식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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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콘텐츠기획본부 기자·부장급 스웨덴 한림원은 8일(현지 시간) 캐나다 시인이자 고전학자인 앤 카슨(76)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카슨이 당시 아이슬란드에서 바람 소리를 듣고 있다고 전했다. 노벨상 발표 장소인 스톡홀름의 옛 증권거래소 건물에 모인 참석자들은 일순간 아이슬란드의 바람 소리를 상상했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해마다 일정 기간을 아이슬란드에서 보내고 있다는 카슨은 그곳에서 어떤 소리를 들었을까. 사소하게 지나칠 법한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인이 궁금해 그간의 행적을 찾아보게 되었다. 카슨은 2024년 덴마크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문학 대담에서 노란색 체크무늬 셔츠에 빨간색 넥타이를 맸다. 문학의 기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의 생각을 예상치 못한 곳으로 이끄는 실험을 계속해 왔다는 문단의 평가가 쏙 들어맞는 차림새였다.복싱 수업에서 깨달은 지식인의 오만 그는 이 대담에서 신경계 질환인 파킨슨병의 증상을 관리하기 위해 복싱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복싱은 손과 눈의 협응을 통해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는 법’을 가르쳐줘요. 복싱 훈련은 여러 종류의 주먹 동작을 순서대로 하는 것이어서 특정한 방식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거든요.” 카슨은 학계에 줄곧 몸담아 온 자신이 남들보다 조금 낫다고 생각해 온 ‘오만한 지식인’이라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복싱 수업에 오는 이들이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보다 못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주의를 기울여 관찰하니 그들은 저마다 독특하고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저서 ‘에로스, 달콤씁쓸한’에서 소크라테스의 지혜를 논하며 앎과 모름의 차이에 주목했던 그조차 일상에서는 다른 사람을 편견으로 대했던 셈이다. 카슨은 말했다. “세부적인 것에 주의를 기울이면 일반화할 때보다 진실에 더 가까워집니다.” 그에 따르면 작가의 임무는 일상의 작은 것들을 ‘알아차리는’ 일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이상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카슨은 70년 넘게 살고서야 타인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많이 알수록 자신의 확신을 의심해야 카슨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에 의심의 과정이 앞서 있음을 강조한다. 의심에서 생각이 시작되고 그 생각을 통해 존재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의심에서 시작됩니다. 망설임을 뜻할 수도 있겠지요.” 카슨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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