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코앞 ‘AI 안경’ 비상[횡설수설/박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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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안경’을 끼고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 수학 문제를 풀어봤더니 96점이 나왔다. 1등급에 해당하는 점수다. 하나를 틀린 건데, 그것도 안경테에 달린 카메라에 문제가 제대로 촬영되지 않은 탓이었다. 더 놀라운 건 속도였다. 주관식을 포함해 30문항을 푸는 데 18분이 걸렸다. 시험시간 100분 중 82분이 남는 셈이다. 구독자 90만 명이 넘는 한 유튜버가 올 6월 올린 영상 내용이다. 스마트 안경을 끼고 고2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봤다는 또 다른 영상에서도 안경의 ‘실력’은 대단했다. 3초 만에 렌즈에 정답이 떴다. ▷다음 달 19일 치러지는 대입 수능을 앞두고 스마트 안경이 근심거리로 떠올랐다. 이미 국가기술자격시험과 공인 어학시험, 대학 수시 논술시험에서 스마트 안경을 쓰고 부정행위를 저지르다 적발된 사례들이 나왔다. 제미나이나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연결된 스마트 안경을 쓰면 시험지를 보는 것만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 카메라가 문제를 인식하고 AI가 풀어서 정답을 렌즈에 띄워주는 식이다. 일반 뿔테 안경과 비슷하게 생겨서 얼핏 보면 구별이 힘들다. ▷교육부가 내놓은 수능 스마트 안경 대응 지침을 두고 감독관으로 나서야 하는 교사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감독관들은 매 교시 안경 쓴 수험생을 살피고, 의심이 되면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놓게 한 다음 스마트 안경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 장비나 명확한 판별 기준은 없다. 판단은 감독관 눈에만 달려 있다. 작동할 때 나는 빛이나 전자음을 순간적으로 놓칠 수도 있고, 안경테 옆을 자주 만진다고 해서 응시생에게 마냥 벗어보라고 하기도 쉽지 않다. 전파 탐지기를 쓰자는 말도 나왔지만, 교육부는 올해는 쓰기 어렵다고 했다. ▷수험생들 역시 걱정인 건 마찬가지다. 안경을 쓴 학생들 사이에선 뿔테를 다른 안경테로 바꿔야 하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만약 오해를 받아 쉬는 시간에 안경 검사를 요구받는다면 심리적 안정이 깨져 이후 시험을 제대로 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옆자리에 앉은 수험생과 감독관의 실랑이는 보는 것만으로도 신경이 쓰인다. 감독관의 발소리나 화장품 냄새에도 민원이 제기될 정도로 수능은 수험생들을 예민하게 만든다. ▷지난해 중국은 대입 시험장의 보안 검색대를 스마트 안경까지 잡아낼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했다. 랴오닝성의 수험생들은 시험장에서 이런 보안 검색대 두 개를 통과해야 했다. 중국 당국은 고사장과 그 주변에서 의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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