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 전 답하는 AI에 달라진 대학 풍경 막으면 뒤처지고, 무턱대고 허용하면 혼란 KAIST, 전 과목에 AI 활용등급 3단계 표시 대학교육 도달해야 할 단계는 결국 AI 자립 김필남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교무처장 대학 강의실에서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조교가 아니다. 학생이 생각하기 전에 먼저 답을 알려준다. 지난해 KAIST 재학생 696명에게 물었더니, 수업 중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 54%가 교수나 동료가 아니라 생성형 AI를 먼저 찾는다고 답했다. 학습 효율이 높아졌다는 응답은 94%였다. 그런데 AI가 비판적 사고에 도움이 되느냐고 묻자 긍정 42%, 부정 34%로 갈렸다. 도구는 익숙해졌지만 그것이 자신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는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한다. 효율은 올랐는데 무엇을 아는지는 흐려진 것이다. 대학의 대응은 대체로 금지와 허용 사이 어딘가에 놓인다. 금지는 실현하기 어렵다. 믿을 만한 탐지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교육에 도움이 되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허용하는 것도 어렵다. 영국의 한 대학은 AI 사용을 전면 허용했더니 학생들이 과제 범위를 훌쩍 넘는 결과물을 내는 일이 벌어졌다고 보고했다. 평가 기준을 함께 바꾸지 않으면 허용은 곧 혼란이 된다. 허용의 범위를 개별 강의실에 맡기는 것도 문제다. 그러면 같은 학과 안에서도 기준이 엇갈린다. 어떤 과목에서 부정행위인 것이 다른 과목에서는 권장 사항이 되기도 한다. 학생이 규칙보다 분위기를 먼저 살피게 되는 이유다. KAIST는 이러한 고민 속에서 AI 활용을 허용하되 활용의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모든 교과목을 AI 활용 수준에 따라 세 단계로 구분해 운영하려는 것이다. 1단계(AI-free)의 목표는 지식의 보유다. AI가 아무리 강력해져도 머릿속에 내재화된 지식의 중요성은 간과될 수 없다. 기초지식이 없으면 AI가 내놓은 답의 오류나 중요성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이 단계는 일종의 지적 기반을 확립하고 평가하는 단계다. 전통적 방식의 강의와 AI 없는 시험이 여전히 중요한 활동으로 유지된다. 2단계(AI-aided)의 목표는 지식의 확장이다. 여기서는 지식 자체보다 AI를 지적 도구로 사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질문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의 결과를 기존 지식과 대조하고, 오류를 발견하고, 여러 결과를 종합해 자신의 지식을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AI...
[동아시론/김필남]AI 금지와 허용 사이, 대학이 지켜야 할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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