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비?…이번 주말 장사도 공쳤네"…자영업·유통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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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동에서 양말을 판매하는 이모씨(59)는 요즘 주말 일기예보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공장에서 떼온 양말을 아울렛 앞 플리마켓 부스에서 파는데, 주말마다 비가 와 야외 매대를 찾는 손님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이씨는 “주말이 대목인데 올봄엔 매주 비가 오다 보니 평일 매출보다 적을 때도 있다”고 했다.

"또 비?…이번 주말 장사도 공쳤네"…자영업·유통가 한숨

올봄 주말마다 비가 내리는 기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잦은 비로 사람들이 바깥 활동을 줄이면서 자영업자와 유통·레저 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3~5월 주말 13번 중 10번 ‘비’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토요일인 24일 부산, 울산, 경남 남해안 등에 5~2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서울, 인천, 경기 남부와 강원 내륙, 대구, 경북 등엔 5㎜ 안팎의 비가 내리겠다. 상층 기압골이 북쪽으로 지나가면서 남쪽의 습윤한 공기와 만나 비구름이 형성된 영향이다.

올해는 봄이 시작하는 3월부터 주말마다 비가 오고 있다. 이번 주말 비 소식을 포함해 서울에서는 3~5월 주말 13번 가운데 10번 비가 관측됐다. 4~5월엔 주말 8번 중 한 주를 제외하고 모두 비가 내렸다. 지난해 3~5월엔 주말 12번 중 6번 비가 온 것과 대조된다.

공교롭게도 주말에 비가 내린 이유는 비를 뿌리는 기압골이 7~10일에 걸쳐 순환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 상층부의 저기압인 기압골이 공기를 냉각시켜 수증기가 응결되면 비로 이어지는데, 이 기압골이 파동처럼 1주일 단위로 일정하게 등장해 주말에만 비가 오는 현상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 번 주말에 기압골 사이클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 공교롭게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계속 비가 오는 식”이라고 말했다.

6월에도 비가 평년보다 많이 올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다음달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을 80%로 전망했다. 봄철 티베트 지역에 평년보다 많은 눈이 덮이면서 동아시아 상층 기압골이 강화돼 우리나라의 강수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주말 대목인데…“봄 장사 망쳤다”

주말마다 내리는 비 탓에 편의점, 아울렛 등 날씨에 민감한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편의점 A사는 지난달부터 이달 18일까지 관광지·휴양지 매장의 주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점포의 주말 평균 매출도 평균 3.4% 줄었다. 편의점 B사는 4~5월 관광지·휴양지 점포 매출이 2~3%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사들은 비우호적인 날씨 등으로 인해 편의점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줄줄이 목표주가를 낮췄다. 이달 들어 삼성·흥국·NH투자증권 등은 BGF리테일과 GS리테일 목표주가를 내렸다.

야외 매장을 둔 업체들은 상황이 더 좋지 못했다. 도심 외곽 지역에 야외 매장을 운영하는 아울렛은 주말에 방문객이 몰리는데, 비 때문에 방문자가 급감했다. 비가 내린 지난 17일 기준으로 서울 외곽 한 아울렛 매장의 방문객은 전년 대비 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지역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골리듯 주말에만 비가 오니 예약건수가 급격히 줄었다”며 “가뜩이나 기업들이 법인카드 사용을 축소하는데 날씨까지 도와주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류병화/라현진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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