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생은 높이, 넓이, 깊이의 함수에서 결정된다. 성취함으로써 올라가려 하고, 더 올라갈 곳이 없을 때 넓어지려 한다. 하지만 그가 누구든 어느 날 자신에게 묻게 된다. 높이와 넓이가 내가 정말로 원했던 것인가를. 그 질문은 공평한 청구서와 같다. 첫 시집 ‘사람의 무게는 향으로 잰다’의 저자 한명규는 그래서인지 명함과 직함의 무게를 의심하고 있다. 높이와 넓이를 경유한 그는 이제 ‘깊이’에 다다르려 한다. 그 결과물로 95편의 시를 시집 한 권에 담았다.
‘사람의 무게를 자리로 재지 마라/ 자리를 치우면 남는 건 그림자뿐// 사람의 무게를 말로 재지 마라/ 떠나면 남는 건 말의 조각뿐// 사람의 무게는 저울이 아니라/ 그가 남긴 향으로 잴 일이다’(시 ‘사람의 무게’ 전문)는 높이와 넓이로 자신을 증명하려 했던 사람이 내린 결론에 가깝다. 문장에 머뭇거림이 없고, 선언적인 이유다. 저자가 말하는 ‘향’은 무엇을 가졌는가보다 무엇이 남는가를 묻고 있다. 끝내 남는 것은 삶 자체가 아니라 삶이 남기는 기척인 것. 다른 시 ‘의자’도 동일한 시선을 유지한다. ‘정원의 의자를 옮겼다// 노랗게 짓눌렷던 풀이 다시 푸르다// 오래 앉은 자리일수록// 풀은 더 깊이 엎드려 있었다’는 문장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향은 눈으로 보지 못했던 작은 흔적으로 바뀌어 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풀 한 포기를 바라보려는 작은 태도, 그것이 그가 도달한 ‘깊이’를 증명하려 한다.
한명규 지음, 신아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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