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나는 리튬… ‘대안전지’를 찾아라

4 days ago 8

2030년 리튬 공급 부족 현실화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며 수요 상승… 中-美-EU 모두 수급 불균형 예상
배터리 리튬 함량 줄이는 연구 활발
나트륨-마그네슘 등 대체자원 활용… 초기 단계라 상용화엔 시간 걸릴 듯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 세계적인 리튬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 세계적인 리튬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전기차(EV)가 늘면서 현재 전기차 배터리 주로 쓰이는 리튬이 2030년이면 중국과 유럽, 미국에서 모두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 간 무분별한 수입 경쟁이 지속될 경우 전기차 보급 확대를 통한 탄소중립 목표 달성도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리튬 함량을 줄이는 이차전지 기술과 리튬 대신 풍부한 자원을 사용하는 나트륨이온배터리 등 대안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2030년 리튬 수요 충족 어려워”

중국 화둥사범대와 스웨덴 룬드대 공동 연구팀은 세계 전기차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중국,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리튬 수요 및 각국의 채굴 능력과 수입 가능성, 무역 구조를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 리포츠 지속가능성’에 12일(현지 시간) 게재됐다.

연구팀은 “오늘날 리튬은 산업혁명 당시 화석연료만큼이나 전략적인 자원”이라며 “국가 간 리튬 쟁탈전은 단순한 공급 문제가 아니라 기후 목표를 둘러싼 국제 질서의 안정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이 중국, 유럽연합(EU), 미국에서 벌어질 총 16개의 리튬 수급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각국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리튬 광산 개발 계획이 모두 실현된다고 해도 2030년까지 자국 내 수요를 완전히 충족시키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까지 중국은 최대 131만9000t, 유럽은 79만2000t, 미국은 69만2000t의 리튬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각국의 최대 생산 가능량은 중국 116만3000t, 유럽 32만5000t, 미국 61만 t에 그쳐 명확한 수급 불균형이 예상된다.

리튬 공급의 ‘병목 현상’은 자국 내 채굴 전망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팀은 세 국가가 리튬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수입을 확대하려 할 경우 상호 간 무역 구조에서 경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국가의 수입 확대가 다른 지역의 수입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중국이 자국의 수입량을 현재보다 77% 늘릴 경우 미국의 수입은 84% 줄고 유럽은 7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유럽이 수입을 최대치로 확대하면 중국의 수입은 94%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세 국가의 리튬 공급국이 겹치기 때문이다. 현재 칠레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리튬 탄산을 수출하며 호주는 리튬 원광의 최대 생산국이다. 호주산 원광의 경우 중국이 독점적으로 수입, 가공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처럼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집중된 상태에서 각국이 경쟁적으로 수입을 늘릴 경우 가격 급등과 무역 마찰, 정치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까운 미래에 전 세계적인 리튬 공급 부족이 예상되지만 재활용하거나 대체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배터리의 긴 수명을 고려할 때 2030년까지 실제 재활용 가능한 폐배터리는 극히 적어 전체 수요의 6% 수준에 불과한 탓이다. 향후 5, 6년간은 거의 전적으로 신규 채굴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리튬 공급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 단위의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생산 확대다. 연구팀은 “미국의 경우 높은 채굴 잠재력을 바탕으로 수입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인허가 간소화와 지속가능한 광산 운영 정책이 필요하다”며 “개인 전기차 보급 확대보다 대중교통 인프라 강화 등 전기차 수요 자체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리튬 함량 줄이고 풍부한 대체자원 활용해야”

리튬 공급 부족 대비 연구개발 현황

리튬 공급 부족 대비 연구개발 현황
연구팀은 특히 배터리의 리튬 함량을 줄이거나 나트륨이온 등 비(非)리튬 기반 배터리 상용화를 앞당기면 수요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와 산업계에선 폭증하는 리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리튬 함량을 줄이는 기술로는 기존 코발트와 니켈 대신 인산철을 양극재로 사용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인산철은 같은 용량의 배터리를 만들 때도 코발트, 니켈보다 리튬이 적게 사용된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사용하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기술 연구가 활발하다. 전해질은 리튬이온을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시켜 리튬의 화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액체 전해질보다 에너지 밀도가 커져 더 적은 양의 리튬으로 더 큰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리튬이 아닌 다른 자원을 활용한 배터리로는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유망하다. 해수 등에서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나트륨을 이용해 전기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방식이다. 리튬을 사용했을 때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고 무게와 부피가 증가하는 것은 풀어야 할 과제다.

나트륨과 마찬가지로 지구상에 풍부한 마그네슘을 이용한 마그네슘이온 배터리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마그네슘이온은 리튬이온과 달리 이온 전하를 2개 사용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할 때 더 많은 전기를 전달할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이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초기 연구 단계다. 마그네슘보다 전하를 1개 더 많이 사용하는 알루미늄 기반 배터리도 차세대 기술로 꼽히지만 역시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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