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뜨자 “공장 유치” 공약 봇물… ‘공수표’ 우려속 기업은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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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 펀드 조성” “땅 무상 제공”
광역단체 16곳 중 6곳 후보들 공약
현실성 낮아도 기업 대응 어려워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단체 16곳 중 6곳에 출마한 후보들이 ‘반도체 공장 유치’를 공약으로 내건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단체장 후보들뿐 아니라 기초단체장 후보와 당 대표까지 지역과 당을 가리지 않고 반도체 공장 유치를 내세우고 있다. 반도체 초호황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지만 현실 가능성을 배제한 채 ‘공수표’만 날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우리도 반도체 공장” 잇따르는 공약

10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올해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을 선출하는 광역단체 16곳 중 6곳(경기·경북·전북·강원·전남광주·대구 등)에 출마한 후보들이 반도체 공장 유치 관련 공약을 내걸었다.

이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전남광주다. 최종 경선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가 된 민형배 후보는 “취임 1년 내에 10조 원 규모의 반도체 시설을 유치하겠다”며 30조 원 규모 펀드 조성 계획을 내놨다. 민 후보에게 밀려 경선에서 탈락한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6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반도체 공장과 관련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실현의 사실상 국내 유일한 대안이 전남”이라는 공개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공장 유치로 대구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대구에 경기 용인시에 이은 제2국가반도체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공약이다. 이철우 국민의힘 경북도지사 후보는 구미 국가산업단지 기반의 반도체 공장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경북 전력·낙동강 용수를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시에 생산 기지를 짓고 있는 경기에서는 후보들이 ‘반도체 공장 증설’ 주장을 하고 있다. 경기도는 민주당 추미애 후보가 수원·용인·화성 등 7개 시를 잇는 ‘K반도체 클러스터 완성’을, 국민의힘 양향자 후보가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 경력을 앞세워 경기 전역을 잇는 ‘반도체 고속도로’를 각각 공약했다.

당과 지역을 가리지 않는 반도체 공장 유치 러브콜은 광역단체장을 넘어 기초단체장들에게도 흔한 공약이 됐다. 무소속 김재선 전북 정읍시장 예비후보는 “반도체 공장이 오면 500만 평 부지를 무상 제공하겠다”고 했다.● “사실 맞나” 확인에 곤혹스러운 기업

재계와 학계에서는 남발되는 반도체 공장 유치 공약과 현실의 괴리를 지적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삼성전자는 380조 원, SK하이닉스는 600조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이미 확정했다. 추가 여력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는 2022년 선거에서 “삼성 반도체 원주 유치”를 공약했으나 4년이 지나도록 이행되지 않았고, 김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같은 공약을 다시 내세웠다.

반도체 기업들은 이런 상황에 공개 대응하지 않고 있다.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 특정 지역 민심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침묵할 경우 공약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다. 국내의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공장 유치 발표를 할 때마다 해외 투자자들이 문의해 와서 여기에 대해 설명하느라 매번 곤란하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공장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은 사회기반시설과 기업이 원하는 고급 인력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땅값이나 세금을 깎아주는 것만으로 반도체 공장이 이전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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