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캉이’가 깨운 상어에 대한 오랜 기억[김창일의 갯마을 탐구]〈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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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북항친수공원에서 시민들이 ‘부캉이’를 촬영하는 모습. 동아일보DB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한 달 동안 부산 동구 북항친수공원이 인파로 북적였고,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일 소식이 전해졌다. 인공수로의 흑상어(일명 ‘부캉이’) 말이다. 부캉이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난간에 늘어선 사람들은 환호했고, 부캉이는 부산 관광의 상징이 되다시피 했다. 이달 18일 기준 부캉이를 보기 위해 찾은 누적 방문객은 160만 명으로 집계됐다. 물고기 한 마리가 이렇듯 사랑받은 적이 있었던가. 두 차례 구조작업이 모두 실패하자 가만히 두자는 측과 내보내자는 측으로 나뉘어 설왕설래한다. 도심 가까이 나타난 상어가 낯설고 이례적으로 보이지만, 상어는 우리 바다에 갑자기 등장한 물고기가 아니다. 옛 문헌에서는 사어·교어 등으로 불렸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상어가 경기·충청·경상·전라·황해·평안도의 여러 고을에서 나는 토산물로 기록돼 있다. 한반도의 동·서·남해에서 상어를 잡고 이용해 왔다는 뜻이다. 정약전(1758∼1816)이 흑산도에서 쓴 ‘자산어보’에는 ‘사어’라는 항목 아래 18종의 상어가 기록돼 있다. 생김새와 이름, 습성은 물론 맛과 이용법까지 살폈다. 이처럼 자세한 기록이 가능했던 것은 흑산도 사람들이 상어를 어획했기 때문이다. 특히 흑산도와 대청도 어민들은 상어를 많이 잡았다. 대청도에서 주낙으로 상어잡이를 하던 정윤서 씨(87)와 정재서 씨(82)에 따르면 1960년대 초반까지 대청도는 주요 상어 산지였다. 대청도의 어선들은 소청도 등대 아래쪽 바다와 갑죽도 사이에서 모두리 혹은 모두기라고 불리는 청상아리를 잡았고, 백령도 해역에서는 어네기(칠성상어)를 잡았다. 흑산도 역시 1950∼60년대 상어잡이가 어민들의 중요한 생업이었다. 잡은 상어는 섬에서 나눠 먹기도 했지만, 소금에 절이거나 말려 육지로 내보냈다. 공교롭게도 부캉이가 찾아온 부산에서는 한 세기 전인 1923년 ‘조선수산공진회’가 열렸다. 경남과 전남뿐 아니라 강원·경북·전북·충남·황해·평남 등지에서 상어 가공품이 출품됐다. 일제강점기에 상어는 주요 수산물이었다. 건상어, 상어지느러미, 구운 상어, 상어포, 염장 상어까지 가공법도 가지각색이었다. 상어는 부위와 손질법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되는 식재료였다. 경북 사람들이 즐겨 먹는 돔베기는 상어고기를 큼직하게 토막 내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음식이다. 내륙으로 운반된 돔베기는 명절과 제사, 잔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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