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반도체 종목 상승·증시활성 정책 이어지면 '동학개미'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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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랠리에서 개인, 삼성전자 16조 던져 '이익실현'
다른 곳 빼지 않고 80조원 대기자금 ‘역대 최대'
너무 오른 AI반도체 대안 종목 나오고
배당확대 등 밸류업 정책 이어지면 국장 투자 늘 것

  • 등록 2025-10-22 오후 6:33:32

    수정 2025-10-22 오후 6:47:48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동학개미운동’을 주도했던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 언제 다시 복귀할지가 향후 증시 향방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인 주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에서 적극적 이익 실현에 나선 개인들이 증시 대기자금을 역대급으로 쌓아두고 있어서다.

대기자금 역대최대…AI 주도 양극화 국면에서 정책 국면으로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1월 2일~10월 20일) 4조566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코스피 랠리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매도세를 보이며 총 6월 이후로 14조256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가도 12조2500억원을 순매도하며 국내 투자자들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이는 최근 몇 년간의 투자 행태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개인투자자들은 2020년 54조2200억원, 2021년 75조3200억원, 2022년 25조700억원을 사들이며 ‘동학개미’의 위력을 과시했다. 2023년 9조7800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제외하면, 2024년에도 13조1000억원을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를 지탱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심의 배경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쓸어담았던 종목들의 수익 실현 매물이 본격화된 것을 꼽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410만명의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은 삼성전자(005930)(567만명), 카카오(035720)(169만명), NAVER(035420)(91만명) 등이다.

최근 반도체 랠리로 삼성전자 투자자들은 이익실현에 나서며 6월 이후 16조2192억원을 팔아치웠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해당 증권사에 계좌를 보유한 삼성전자 주주의 평균단가는 7만2000원 수준으로 매도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경우 현재 약 40%의 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30%, 네이버는 -6%대로 여전히 손실 구간으로 추정된다.

반면 외국인은 6개월 연속 매수 랠리를 이어가며 6월 이후에만 21조9800억원을 쓸어담았고, 올해 총 8조4400억원을 순매수했다. 한국 증시의 밸류업 정책과 저평가 해소 기대감, 고성장 AI 생태계에 포함된 한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 등이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상승장은 유동성 장세가 아니라 AI 반도체 등 특정 섹터 중심의 ‘양극화 장세’”라며 “AI 관련 고성장 업종은 높은 밸류에이션에도 초과수익을 내고 있지만, 전통 제조업이나 내수 업종은 정체되어 있어 코스피 전체가 고르게 상승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 전망치와 정책 효과를 감안할 때 시장 성장 흐름은 이어지리라 봤다. 김 연구원은 “실적 측면에서 올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순이익 전망치는 208조원, 내년에는 2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전망치 대비 반도체, IT하드웨어, 증권 업종은 추가 실적 상향 가능성도 있다”며 “여기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 분리 과세 등 정책 효과까지 더해지면 유통주식수 감소와 배당확대를 통해 코스피 5000포인트 달성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80조원 대기자금·24조원 신용융자…‘재진입’ 저울질

이익실현 자금과 최근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들을 비롯해 증시 대기자금도 역대 최대다. 투자자예탁금은 연초 54조원 수준에서 20일 80조6257원으로 증가해 약 26조원이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현금을 보유하며 재진입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작년 말 15조8000억원에서 20일 현재 24조원을 넘어서며 52%가량 폭증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되기 위해선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과 함께 기업들의 행태 변화가 함께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이 기업 지배 구조 문제로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보고 있는 코웨이와 두산밥캣 등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기업 지배 구조가 개선되면 주가 상승이 기대되고, 오너 중심의 지배 구조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해 일반 주주 권한을 실질적으로 키우는 내용의 상법 개정이 직접적으로 자금 유입과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정책적 요인 외에도 실적 등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우상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며 “평균적으로 7~8% 앞으로 꾸준히 수익이 날 수 있을 거라는 그런 믿음을 가져주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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