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5%, 취업자 수 증가율을 0.6%로 전망했다. 성장률은 지난해(1.1%)의 갑절이 넘는데 취업자 증가율은 오히려 작년(0.7%)만 못하다. 경제가 1% 성장할 때 취업자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보여주는 고용탄성치는 8년 만에 가장 낮다. 성장을 해도 일자리가 잘 늘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같은 ‘고용 없는 성장’은 경제 구조가 노동력에 의존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설비와 기술을 중심으로 한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흔히 나타난다. 일종의 ‘선진국병’이다. 특히 한국 경제를 이끄는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설비와 자동화 공정이 필요한 대표적인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전체 산업 평균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금액을 생산해도 일자리를 훨씬 적게 만든다. 여기에다 최근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과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대체도 고용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내수 부진과 청년 고용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고용 친화적 산업을 키워야 한다. 금융 행정 교육 보건복지 도소매 운수창고 숙박음식 등 서비스업은 전체 일자리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취업유발계수도 제조업보다 훨씬 높다. K팝, K드라마 등 K브랜드를 토대로 한 서비스 수출은 부가가치도 크고 최근 성장세도 가파르다. 1억 달러의 K콘텐츠를 수출하면 1억8000만 달러의 소비재 수출 유발 효과가 있다고 한다.AI 등을 활용해 금융, 정보기술(IT), 문화콘텐츠,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키우고 상품과 연계한 서비스 수출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러자면 여러 부처로 쪼개진 신서비스 진입 규제를 조정하고 연구개발(R&D) 세제 금융 지원을 집중하거나 신사업 진출에 따른 민간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은 15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제조업은 자동차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연결되고 기계 장비와 설치·유지·보수 서비스가 연계되는 ‘상품-서비스’ 융합이 대세다. 변화에 맞춰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를 지키고 신서비스 일자리를 만들려면 판을 새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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