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깜짝 인사에 일각에선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라거나, 800조 원 규모의 서남권 반도체 특혜 논란을 의식한 것이라며 깎아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늘 인사를 받는 데 익숙한 최고 권력자가 기업인들을 “국민 영웅” “국가 영웅”이라 칭하며 깍듯이 경의를 표한 장면의 상징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어부바’완 달라야 할 ‘폴더 인사’
역대 대통령들도 수사(修辭)로는 늘 기업인들을 극진히 모셨다. 단골 메뉴는 ‘업어주기’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투자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고 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은 업어주고 싶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비슷한 약속을 했다. 대통령들이 직접 기업인들에게 등을 내어준 건 아니었지만, 박 정부 시절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기업 대표를 업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과거 정치권이 기업을 쉽게 윽박지르고 동원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기업 때리기’가 지지율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정경유착과 오너 일가의 갑질 등으로 촉발된 반기업 정서를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은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해 발표한 ‘기업호감지수’는 100점 만점에 60.1점으로, 매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03년 첫 조사 때 38.2점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며 국가 경제를 이끌고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인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기업인 눈으로 보면 달리 보일 것
이번 파격 인사에도 찜찜한 구석은 남아 있다.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낸 과정을 두고 대통령은 “좋게 말하면 유도, 심하게 말하면 유인”이라며 “억압이나 강요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 경계는 지극히 애매하다. ‘억압이나 강요’가 아니었음을 입증하고 싶다면 전폭적인 기반시설 확충과 낡은 규제 철폐를 서둘러야 한다. 3대 메가프로젝트 준비 과정에서 원전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바뀌고, 주 52시간 근로제 완화가 검토되는 등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고무적이다. 기업인을 영웅이 아닌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형법상 배임죄와 중대재해처벌법, 산업 현장을 파업으로 옭아매는 노란봉투법 등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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