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관용[임용한의 전쟁사]〈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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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처음 개혁개방을 시작하고 문화혁명을 비판하는 영화와 소설이 외부 세계에 공개될 때였다. 한 대학 학생회에서 문화혁명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당연히 비판 일색이었다. 그때 동양사 박사과정에 있던 한 분이 강단에 오르더니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요즘 돌아다니는 문화혁명에 대한 비판들은 그 시절에 하방당했던 이들, 문화혁명의 대상, 즉 이상적인 사회주의 사회를 이루기에 방해가 되는 썩어빠진 정신과 부르주아적 기질을 버리지 못한 자들이 토해내는 불평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런 불평을 너무 신뢰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의견은 중국에서 다수의 의견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몇몇 학생은 감동을 받아 박수를 쳤다. 그 광경을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역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질문이 있다. 선하고 정의로운 사람은 악인을 제거할 권리가 있는가? 강제적이고 몰상식한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악을 제거하면 영원히 선한 사회가 도래하는가?

정답은 없을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단지 그 상황을 판단할 때 합리성과 이성이 유지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상태일 수 있다. 문제는 인간 집단이 이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역사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례를 들 수 있다. 마녀사냥, 종교전쟁, 이단에 대한 학살, 인종청소, 20세기에만 해도 파시즘, 좌우 대립, 문화혁명, 킬링필드 등 수많은 일을 보았고 겪었다.

그런 사회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교육이고, 집단지성이다. 또 그 나라의 문화와 소양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 옳은 것과 당연한 것도 가르쳐야 하지만 관용과 포용, 용서와 배려도 가르쳐야 한다는 점이다. 정의와 당위에 의해 관용과 용서가 설 자리를 잃어갈 때 사회는 극단으로 흐르게 된다. 그 극단의 대표적인 결과가 전쟁이다.

임용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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